[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가격을 알 수 있는 이·미용실 옥외 가격표시제 이행이 순탄치 않을 예정이다.
정책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미용업계가 해당 내용을 여전히 모르고 있을 뿐더러 이를 가격을 게시한 곳은 10곳 중 1곳 수준이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미용실이 몰려있는 강남·명동·이대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강남은 한 곳도 가격을 게시하지 않았고, 명동은 13.3%, 이대는 14.6%만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서는 기간을 두고 충분한 홍보를 했다고는 하지만 해당업소에서는 여전히 '모른다'는 답 뿐이었다.
◇물가·가격 잡는 옥외가격표시제..최고 500만원 과태료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영업장 신고면적 66㎡(약 20평) 이상의 이·미용실을 대상으로 오는 31일부터 계도기간 없이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한다. 전국 66㎡이상 이·미용업소는 1만6000여개소로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건전한 가격 경쟁을 지난 2011년부터 음식점과 이·미용실의 외부가격 표시제를 검토해 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일부터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할 방침이으나 업주들의 반발과 내부 검토 등의 문제로 연기돼 왔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인해 오는 31일부터 이용업은 커트·면도 등 대표적 품목 3개 이상을 표시하고, 미용업은 커트·펌 등 5개 이상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출입구 등에 게시해야 한다.
표시된 가격에는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재료비·봉사료·부가가치세 등이 모두 포함된 최종지불요금을 명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선 명령이 부과되며, 개선명령 위반 시 위반행위의 정도와 위반횟수를 고려해 100~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 하루 전인데도 홍보 '부족' .."머리카락을 고기랑 같이 취급"
옥외가격표시제도를 알고 있는 사업자들은 관련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청담동 인근의 미용실 관계자는 "유명한 헤어숍이나 디자이너에게는 손님들이 몰려서 그 만큼 더 비싼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것을 어떻게 가격에 표시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명동에서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운영한 관계자는 "머리카락 시술은 고기 한 근처럼 가격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머리카락 길이나 상태에 따라서 제품의 종류가 달라지고 영양제 등이 추가되는 등의 변수가 많은데 이는 고려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제도 시행이 내일인데도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미용업계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도리어 옥외가격표시제를 취재하러 간 기자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동에서 미용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시행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게 내일이냐"며 "어디에다가 뭘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미용실은 3층인데 1층에도 가격을 표시해야 하냐"며 "다른 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복지부는 터무늬 없는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천차만별일 수 있는 미용업계의 가격 특성상 가격 게시 규정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용업계의 특수성과 외국 사례를 고려해서 옥외가격표시를 의무화하되 자율성을 보장해줬다"며 "또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협회·구청에도 대상업소에 해당 내용을 알렸는데 모른다는 것은 업소의 무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여명 중 89%는 옥외가격표시가 업소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업소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되돌아 나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암에 거주하는 주모(28세)씨는 "가게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물어본 후 너무 비싸서 다시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 그런 불편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