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두 상품의 글자체, 호칭이 다르더라도 상품의 관념이 비슷해 일반 수요자가 혼동하기 쉬운 경우에는 유사상표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주식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서아통상의 화장품 상표 '한설화'(韓雪花)가 자사 상표인 설화'(雪花)와 비슷하다'며 서아통상을 상대로 낸 등록무효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한설화'라는 이름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상표의 유사 여부는 상표의 외관·호칭·관념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의 입장에서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념이 비슷한 '설화'와 '한설화' 두 상표를 동일·유사한 지정상품에 함께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품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어 서로 유사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두 등록상표의 글자체, 호칭에 다소 차이가 있어 전체적인 외관은 서로 다르다"면서도 "'한국의 설화·한국의 눈꽃'등의 의미를 연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자는 표의문자라서 문자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 관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두 등록상표가 조어 상표로서 특별한 관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전제로, 전체적으로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으므로 동일·비슷하지 않다고 판단한 원심은 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아모레퍼시픽은 '서아통상이 상표로 등록한 '한설화'가 자사가 먼저 등록한 상표 '설화'와 표장 등이 비슷하다'며 2010년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특허법원에 등록무효 청구소송을 냈고, 특허법원은 "두 상표는 표장 전체의 외관과 호칭을 달리하며, 관념은 대비할 수 없어 상품 출처의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으니 표장이 동일·비슷하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