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택연금의 불편한 진실

이혼하면 배우자는 연금 못받아

입력 : 2013-02-01 오후 3:38:57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가부장적인 남편과 30년 넘게 가정을 꾸려온 김모씨(63세)는 결혼생활이 지긋지긋하다. 퇴직 이후 남편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견디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자식들이 늘 마음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이혼을 미뤄왔다. 
 
그러던 차에 둘째딸 결혼날짜가 잡히자 `이번에야 말로 딸만 출가시키면 ...`이라며 이혼을 작심했다.
 
하지만 또 걸리는 게 있다. 노후에 대한 걱정이다. 그녀는 이혼을 하게 되면 매달 받던 주택연금이 끊긴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됐다.
 
주택연금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평생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로 일종의 역(逆)모기지론이다.
 
주택소유자(가입자)와 배우자의 나이가 각각 보증신청일 기준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은 만 62세인데 배우자가 59세인 경우는 가입이 안된다.
 
주택연금 가입 이후 이혼을 하면 가입 당시 주택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연금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황혼이혼이 많은 요즘 배우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황혼이혼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에서 성행했던 황혼이혼(黃昏離婚)이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이혼율은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황혼이혼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1990년 이후 전체 이혼율은 안정됐지만,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부부의 비율은 약 5배 정도 증가했다.
 
황혼이혼은 여성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또 기대수명이 늘어나 퇴직 이후 부부가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노년층의 경우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해 부부 친밀도가 떨어진다. 함께 있음이 어색한 이들은 황혼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인생 후반기에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배우자와 남이될 수 밖에 없는 황혼부부의 선택에 주택연금이 독(毒)이 될지 약(藥)이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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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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