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지역의 문화와 역사.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가르치며, 지난 1990년대 초중반 답사 신드롬을 불렀던 역사서가 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이번에는 옛 그림속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눈으로 글로 읽으며 흥미롭게 떠나는 한국사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신석기인들이 바위에 새긴 고래, 고려청자에 그려진 무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안견의 '몽유동원도'와 김정희의 '세한도'에 숨어 있는 뒷이야기는 무엇일까?
창비에서 펴낸 '한 폭의 한국사'는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예술품에 새겨진 그림들의 의미와 그 뒤에 숨겨진 시대적 배경을 자세히 알려준다. 청소년들에게 암기과목으로 익숙한 한국사의 참재미를 일깨우는 매력을 지녔다.
저자 손영옥은 이 책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재미를 되찾아 준다.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정선의 금강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렴.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거의 모든 그림마다 개미처럼 작게 그려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거든. 그들의 옷차림을 봐. 맞아, 조선 시대 양반들의 차림새야. 내금강 표훈사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계곡을 그린 「만폭동도」를 볼까?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양반들, 너른 소맷자락에는 아마 책을 넣었을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얘기하듯 풀어낸 문체에는 친근감이 넘친다.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그림은 소리 없는 시'라고 하는데 저자는 예리하게 우리 선조가 남긴 대표적인 조형 예술을 찾아 그 안의 소박한 익살과 낙천적인 자세 그리고 시대 분위기까지 생동감 있게 그려 냈다. 차분하게 한국사의 맥을 잡아 주는 이 책은 나아가 우리의 정체성까지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저자 손영옥은 국민일보 경제부, 산업부, 문화부, 국제부서에서 일했고, 인터넷 뉴스 부장을 거쳐 현재 문화생활부 선임기자로 근무중이다. 대학에서 미술동아리를 했던 저자는 바쁜 기자 생활속에서도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품감정학과에 입학해 동서양 미술사와 미술품 감정을 공부했다. 석사 학위 논문으로 '1890년대~1910년대 신문에 나타난 미술기사 분석'을 썼고, '콩쥐의 옷 장사' '꽃 파는 삼총사'(공저),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등을 저술했다.
손영옥 지음| 창비 | 233쪽 |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