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정해훈기자] 제과·제빵업과 외식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임박하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골목상권 사수' 의지까지 등에 업은 동반성장위원회는 전례 없이 강공을 펴고 있고, 업계는 협의내용까지 묵살하는 동반위가 오히려 일방 행보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 자체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여론의 흐름으로 보면 제빵·외식업의 적합업종 선정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과연 이대로 가면 골목상권이 지켜지고, 동반성장이 이뤄지는 걸까? 빵가게 등 적합업종 선정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세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동반성장위원회 실무위원회는 5일 제과제빵과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특히 베이커리 업체에는 기존 조정협의에서 논의된 내용보다 강화된 신규 출점 및 시장 진입 금지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의 외식 신규브랜드 론칭을 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식기업의 신규브랜드 담당부서는 초비상이다.
글로벌 전략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해외기업과 파트너십 추진이 무산될 위기에 빠지는가 하면 앞으로 외국계 기업들이 단독으로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를 론칭시킬 가능성마저 높아져 국내 기업 죽이기란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토종 외식브랜드 ‘빕스’.
현재 검토 중인 적합업종 해당 기업은 CJ푸드빌처럼 빕스 등 토종 브랜드 중심으로 외식브랜드를 육성하는 외식전문기업과 ㈜롯데리아(T.G.I.프라이데이스), 농심(꼬꼬이찌방야)처럼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경우 등 30여개 대기업이다.
반면 외국계 기업이 직접 진출하는 경우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외식 시장도 고스란히 외국계 기업에 건네주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을 다 합해도 5%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라며 "동반위의 결정대로라면 앞으로 외식 시장은 외국계 브랜드와 자영업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최근 몇개월간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프래랜차이즈 사업도 500m 거리제한 규제로 비상이 걸렸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500m 거리제한 규제를 받고 있는데도 동반위가 동네빵집과의 추가적인 500m 거리제한 규제를 도입할 태세여서 사실상 베이커리 업종 전체에 대한 거리제한이 된다.
이에 대해 베이커리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종의 특성상 자연순감(폐점)을 감안해야 하는 데 추가적인 거리제한시 사실상 출점을 못해 매년 역성장하게 돼 확장자제가 아닌 사업축소 결정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평균 폐점율을 약 10%로 봤을 때 매년 그만큼의 점포 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동반위의 규제대로라면 기업은 역성장에 빠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업종 전체에 대한 인위적인 거리제한시 경쟁촉진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가 거리제한을 자율 합의할 경우에는 담합 소지도 커 보인다.
제조업 적합업종 지정에 이어 이번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공청회 때부터 논란이 돼온 우려 사항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융복합 및 변형이 가능해 규제를 위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고 규제시 상당한 파장 및 논란이 예상될 것이라는 지적이 앞서 제기된 바 있다.
또 일자리 창출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업은 적합업종 지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란도 초기부터 있었으나, 경제민주화, '골목상권' 논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5일 본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