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은행들이 해외 유수의 금융전문지들로부터 선정된 '최우수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각 금융지가 선정한 '최우수 은행'이 부문별로 수상자가 겹치는데다가 실제 해외 영업지점들의 현지화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더 뱅커(The Banker), 유로머니(Euromoney) 등 외국 유수 금융전문지들은 국내은행들에 대한 평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가 발행하는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매년 '글로벌 500대 금융 브랜드(Top 500 Banking Brand)와 '최우수 은행(Best Bank in Korea)', '최고 프라이빗 뱅크(Best Private Bank in Korea)'를 선정한다.
신한(005450)금융지주는 최근 더 뱅커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금융 브랜드 중 국내 1위, 글로벌 51위에 올랐다. 국내 기준으로는 2년 연속 1위 브랜드에 선정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4년부터 우리은행이 독식해온 '최우수 은행'을 거머쥐었다. '최고 프라이빗 뱅크'도 2년 연속 선정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시상을 챙길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영국의 또 다른 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로부터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7년간 하나은행이 수상해왔던 '국내 최우수 PB상'을 가져가 눈길을 끌었다.
수상 싸움이 치열한 만큼 국내 은행들은 해외 금융전문지들의 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홍보물을 내거는가 하면 관련 자료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문구를 넣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계 및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국내 은행 재외영업점의 현지화 성과가 바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공인 1등'이란 수식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해외진출 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은행 초국적화지수(TNI)는 3%대 초반이다. 40%를 웃도는 독일, 영국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해외 금융전문지의 우수은행 선정은 국내 매스컴에서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광고홍보비를 쓴 만큼 상으로 돌려받는다는 말이다. 어느 금융사에서는 사회공헌 명목으로 연수원 설립을 지원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들 해외 금융전문지들의 경우 세계 각국 금융시장의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홍보성 이벤트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더 뱅커가 매년 7월경 전세계의 은행을 대상으로 기본자산과 총자산을 분석해 내놓는 '세계 1000대 은행'의 경우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권을 분석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관계자는 "세계 1000대 은행은 은행들이 직접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다"며 "나라밖에서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자료라 당국에서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