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1. 최근 원화 값이 급등하면서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A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지며 수출전선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환율이 50원씩 떨어질 때마다 수출액은 6.7%씩 떨어진다"며 "수출액 감소가 워낙 크다보니 영업이익도 7%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2. 구미의 면직물 제조기업인 D사는 엔저로 일본 수출길이 막혔다. 전체 매출의 30% 가량이 일본에서 나오는데 일본 수출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본 내수기업과 경쟁이 힘들어진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안그래도 일본에서의 경쟁이 쉽지가 않았는데 원엔환율까지 뚝 떨어져 한동안 고전이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원화강세와 엔저현상으로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수출전선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환율피해대책반은 최근 수출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현황을 긴급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과 엔저현상으로 피해를 본 기업이 각각 응답기업의 92.7%, 41.4%에 이르렀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1100원선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은 새해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올 1월 평균 환율이 1066원으로 내려 앉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가전'과 '자동차·부품' 업종의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가전, 자동차 업체들은 모두 환율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엔화가치는 급락하면서 일본 기업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환율 하락에 따른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기 수출계약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67.6%)이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로 인한 채산성 악화 및 운전자금 부족(27.7%) ▲수출단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수출물량 감소(21.6%) ▲환율하락으로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투자 및 고용계획 축소(12.9%) 등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최근 엔저공세와 환율 불안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더욱 큰 문제는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하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 대부분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대비책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곳 중 3곳이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대책이 있다'(69.1%)는 기업도 대부분이 원가절감(58.3%)을 통해 버티는 수준이라 답했으며, ▲환헤지 등의 재무적 대응(20.8%) ▲해외마케팅 강화(20.8%) ▲결제통화 변경(14.6%) ▲수출시장 다변화(14.1%) 등의 대비책만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하락 및 수출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대책으로는 '안정적 환율 운용'이 81.3%로 가장 높았고, '원자재가격 안정'(39.7%), '해외 전시회·마케팅 지원'(23.3%), '기업 환위험 관리 지원'(22.0%) 등이 뒤를 이었다.
손영기 대한상의 환율피해대책반 팀장은 "원화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환율 변동폭은 작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수출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중소수출기업 정책금융 지원 제도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가절감에 더해 제품차별화로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며 "대한상의 환율대책반은 환율변동으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에게 필요한 환관련 대책들을 한데 모아 대정부 건의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