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가계와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이 내수부진 장기화와 가계부채 심화를 불러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5일 발표한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소득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서로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 증가세는 가속되고 가계소득은 침체하는 성장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KIET가 지난 2000년~2010년까지 기업과 가계소득을 분석한 결과 기업소득(순 가처분 소득 기준)의 연평균 실질 증가율은 16.4%로 가계소득(2.4%)과 14%p의 격차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2000년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은 고도성장기의 두 배 가량 상승했지만 가계소득은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해 양극화가 심각해졌다"며 "특히 2007년 이후 두 부분의 성장불균형은 더욱 심화돼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비율은 2008년 이후 매년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장불균형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기간 중 우리나라의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증가율 격차는 OECD 국가 가운데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
더 큰 문제는 성장불균형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전체 경제에 다양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가계소득 부진이 내수 부진, 체감성장 부진, 가계부채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계·기업간 성장 불균형이 가계소비를 억제하고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가계소득 부진의 소비억제효과가 기업소득 호조의 투자촉진 효과를 압도해 내수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노동 분배율 하락, 조세 및 준조세 요인, 자영소득 침체 등도 가계·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임금소득 부진 등으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의 가계 환류가 부진한데다 자영소득이 침체하고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가계·노동·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는 가계소득 창출 지원과 함께 가계와 기업간 성장 불균형 억제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하며,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고용확대 주력, 비정규직화 억제 등 임금 소득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가계소득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 가계에 대한 복지 지원을 강화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도 '기업소득의 나 홀로 호조'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고용과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