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근절 안되는 '제약 리베이트' 원인과 해법은?

입력 : 2013-02-06 오후 3:03:33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앵커: 연초부터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검찰이 ‘제약 리베이트’ 수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가 앞으로 ‘제약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고 단정 선언까지 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어제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앞으로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건데, 왜 이런 발표를 한 거죠.
 
기자: 올해 초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동아제약과 CJ제일제당 제약을 전격 압수수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300여명에 이르는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0년 쌍벌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 인데요. 의사들의 줄 소환이 이어지자 의협이 전격적으로 ‘리베이트’ 근절 선언을 하게 된 겁니다.
 
앵커: 의사협회의 자세한 근절 내용 좀 살펴보죠.
 
기자: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이지만, 의약품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의사의 권리가 아니다. 향후 자체적인 윤리규정을 마련해 내부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회사들에게는 앞으로 일체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정부에게도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한 리베이트 쌍벌제 모법 및 하위 법령을 조속히 개선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두 협회는 이 같은 규정이 개선되기 전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에 대한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검찰 조사결과도 살펴볼까요. 동아제약은 48억원, CJ는 모두 45억원의 리베이트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가 지적하신 것처럼 두 회사의 리베이트 규모는 100억원에 육박합니다. 먼저 동아제약은 철저하게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졌다. 에이전시는 병·의원에 인테리어 공사비 대납, 의료기기 제공, 병원 홈페이지 제작 및 병원 광고료까지 대납했습니다.
 
심지어 자녀 어학연수비, 의사 가족 여행, 명품시계, 오디오세트 등을 제공한 것으로 수사반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병·의원 의사 및 공중보건의 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제약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왜 이렇게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제약사 리베이트 관행은 제약업계와 의료업계에서 "의사=절대적 ‘갑’"이라는 공식에서 비롯됩니다. 의사가 약의 처방권을 쥐고 있기 때문인데요. 제약기업들이 아무리 ‘혁신 약’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해도,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처방을 하지 않으면 제약기업으로서는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키 닥터’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기자와 만난 한 제약영업사원이 털어 놓은 얘기는 더 심각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구역별로 나눠진 ‘키 닥터’ 명단을 들고 병원을 방문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지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심지어 ‘키 닥터’ 사모의 백화점 방문 시 운전도 해 본 적이 있다” 여기서 ‘키 닥터’는 중소병원급 원장으로 보면 됩니다.
 
“평일의 경우 밤 늦게 ‘키 닥터’에게서 일방적으로 연락이 와 술 접대를, 그리고 주말에는 골프 접대를 하는 게 기본”이라며 “국내 제약사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은 이렇게 ‘키 닥터’를 관리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시민단체 쪽에서는 매년 2조원의 리베이트가 ‘뒷돈’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기자: 의약품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국내 제약사들은 총 매출 대비 20%정도를 ‘제약 리베이트’로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 제약사가 연간 1조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약 2000억원이 불법 리베이트로 사용되는 셈인데요.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환자, 건강보험공당, 지자체 등의 소비자 총 손해액은 연간 2조1800억원에 달한다는 대목입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총 약 20조원(2011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 규모의 10%, 즉, 2조원이 매년 ‘뒷돈’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한 계산으로 물가상승률과 더욱 치열해진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약 7년이 지난 최근의 리베이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약 1조원이 들죠. 매년 이렇게 ‘뒷 돈’으로 들어가는 돈만 잘 관리하면 신약 2개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약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약 1조원의 비용이 들어 갑니다. 2조원의 금액이면 산술적으로 2개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사회적 가치로는 새로운 질병의 치료에 대한 인류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제약 산업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옵니다. 산업적 가치로는 혁신 신약 1개 품목은 연간 순익 자동차 300만대 수출효과를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 센터장은 "신약개발은 거대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2개의 신약을 출시한다면 모두 6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런 ‘제약 리베이트’를 어떻게 척결하느냐가 문제인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쌍벌제 등 의사도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사정당국이 보건복지부에 쌍벌제로 처벌해 달라고 통보한 의사 3134명 가운데 2개월 이상 면허자격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사람은 172(5%)명에 불과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리베이트 관행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규제와 혁신형 신약 개발을 통한 공정한 경쟁으로 리베이트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리베이트가 ‘비리’라는 현실을 깨달을 때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 실태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조사 등이 필요하다”며 “쌍벌제의 철저한 시행, 적발된 제약업체 및 의료인에 대한 신속한 행정처분, 적발 제약업체의 약값 인하, 세무조사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해 자의든 타의든 누려왔던 혜택과 뒷돈에 대한 의사들의 자기반성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의사협회의 자정선언 내용을 보면 의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들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 정부와 경쟁력 없는 복제약을 양산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아직까지 자기반성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복제약 판매를 위한 뒷돈 경쟁이 아니라 혁신적 신약 개발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제약 리베이트’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필현 기자
조필현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