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랠리장 승자는 에너지주..소비자들은 '울상'

입력 : 2013-02-07 오후 3:43: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미국 정유기업들이 실적호조에 미증시에서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기름을 사 쓰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유업계의 가격경쟁력에 밀린 동부연안의 정유업계들이 문을 닫으면서 정유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미국 정유기업들이 올해 들어 20~30%가량의 수익을 거두며 랠리장의 승자가 됐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졌다고 전했다.
 
기업별로는 휘발유 정제·공급업체인 발레로의 주가는 올해만 30%가 뛰었고 헤스와 마라톤은 각각 25%가량 상승했다.
  
정유사들이 셰일오일과 오일샌드, 천연가스 등의 비재래형 원유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이 같은 수익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페이델 게이트 오펜하이머 에너지 분석가는 "비재래형 원유가 정유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다"며 미국 정유시장의 밝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비재래형 원유가 미국 정유업계의 캐쉬카우가된 이유는 휘발유나 디젤로 가공하고 추출하는데 미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2~2013 1월 휘발유·디젤 가격 증감표 <출처 :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단적인 예로 미국의 정유가격은 배럴당 96달러 선으로 배럴당 116달러에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보다 20달러 싸다.
 
이 때문에 동부연안에 위치한 정유사들은 점점 더 국내보다 국외산 원유에 의존하고 급기야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도이체뱅크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정유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하루 약 61만배럴의 정유 처리 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간 동부연안에 있는 정유사의 60%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석유회사 BP는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미 중서부 인디애나주에 정유설비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동부연안의 정유사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미국에 있는 정유사들이 정비에 들어가면서 정유 공급량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공급물량이 부족해지자 동서부에서 몰려든 기름상인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휘발유 선물가격을 높게 불렀고 이는 곧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값이 3.60달러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 되면 올 1분기 동안 약 10억달러의 소비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면 미국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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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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