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였던 부부갈등, 설 명절날 터진다"

"사소한 말·행동에 감정 폭발..배려 필요"

입력 : 2013-02-11 오후 2:00:00
◇서울가정법원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행복해야할 명절에 크게 다툰 뒤 급기야 이혼에 이르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 잦은 말다툼과 의견차이로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쌓였던 부부들이 명절 스트레스가 기폭제가 돼 갈라서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 이후나 여름휴가 시즌에 특히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어머니 '기본이 안됐다' 폭언에…
 
A(39·여)씨는 남편 B씨(41)를 만나 지난 2006년 결혼했다. B씨는 결혼생활 내내 술에 취하면 A씨에게 각종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특히 B씨의 직장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A씨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조롱하는 등 A씨를 공개적으로 망신까지 줬다.
 
이듬 해 시어머니는 A씨가 설날에 새배를 드리고 시부모에게 세뱃돈을 드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에게 '설날에 어른에게 세뱃돈도 안주는 것 보면 기본이 안됐다', '집에서 보고 배운것이 없어 막자라서 그렇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
  
이후 결국 참다못해 이혼을 결심한 A씨는 2009년 7월 집을 나와 3년간 별거하다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등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전가정법원은 "두 사람은 이혼하라"면서 "두 사람의 혼인생활은 B씨와 그 직계존속의 A씨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명절 폭언·폭력으로 별거 시작하기도  
 
G씨(44·여)와 남편인 H씨(48)는 지난 1988년 혼인을 한 뒤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의 혼인생활 중 H씨의 잦은 음주와 폭언, 폭력으로 인해 갈등이 계속됐다. 
 
G씨는 2007년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이혼을 요구했는데, H씨는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설날에 G씨를 구타하고 끓는 라면을 부어 화상을 입게했다. 
 
이후 G씨는 자녀를 데리고 나와 별거 상태에서 이혼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된다"며 "두 사람이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정에 치우친 소송제기도 많아
 
명절을 계기로 이혼법정에 섰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 진정한 이혼의사 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소송 제기라고 본 것이다.
 
사내 커플이던 C씨(40·남)와 아내 D씨(32)는 결혼 후 남편 집안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활방식 때문에 잦은 말다툼을 벌였다.
 
특히 추석, 전날 혼자 시댁에 간 D씨는 차례를 준비하면서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차례음식, 명절음식을 혼자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C씨는 '나 몰라'하며 도와주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폭력과 욕설을 섞어가며 심하게 다퉜고, 이들은 결국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이혼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은 그러나 "남편이 아내의 고충을 알면서도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았고, 물리력까지 행사해 상처를 입혔다면서도 아내 또한 어려움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보다 남편에게 폭언했다"며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03년 5월에 결혼한 E씨(56·남)와 아내 F씨(56)도 이혼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혼 후 F씨는 줄곧 남편인 E씨와의 성관계를 거부했고,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집안일을 등한시했다.
 
F씨는 특히 시댁에서 제사나 명절을 지내고 오면 항상 불만을 토로하고 화를 내면서 시아버지에게 제사를 9개에서 2개로 줄이자고 강요했다. 또 2011년 설날에는 아프다며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다가 다음날인 일본여행을 다녀오는 등 제멋대로 행동했다. 결국 E씨가 F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가정법원은 "남편과 아내 모두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혼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두 사람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소한 말, 무심한 행동이 이혼으로
 
이혼 전문변호사들은 "명절 연휴가 끝나면 이혼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면서도 "실제로 이혼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서초동에서 이혼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한 여성 전문변호사는 "대부분 감정에 복받쳐 충동적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 얘기를 들려주면 오히려 나를 위로를 하고 상담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사사건 전문변호사는 "명절 후 이혼상담은 대부분 그동안 쌓였던 서운한 감정이 명절을 계기로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사소한 말한마디, 무심한 행동에 상처가 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안타까운 일이 많아 서로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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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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