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당선자의 '말바꾸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발언들, 그리고 불과 두 달 전 선거국면에서 말한 공약의 수정 논란이 중심에 있다.
박 당선자는 최근 인사청문회 제도를 '신상털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인사청문회 자체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도 강행할 태세다.
그러나 박 당선자는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을 절차적 하자를 들어 끝까지 반대했다. 당시 그는 본회의 표결을 막기 위해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의장석 점거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또 공약집에 명시했던 '4대중증질환 공약'에 대해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도 최근 말을 바꿨다.
박 당선자는 그 동안 '원칙·신뢰'를 강조하며 이를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어 왔다. 야당 등의 비판이 있었지만 이러한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박 당선자는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세종시 계획의 수정을 추진하자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며 야당과 합세해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신뢰'는 이처럼 박 당선자 스스로도 그동안 꾸준히 강조했다.
박 당선자는 지난 11월25일 대선을 앞두고 배수진을 치겠다는 각오를 얘기할 때도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정치 여정을 마감할 것"이라며 신뢰를 언급했다. 또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첫 주재 회의에서도 "공약을 실천하고 잘못된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며 역시 신뢰를 강조했다.
하지만 박 당선자의 '신뢰'는 평가가 극명히 엇갈린다.
지난해 10월 시사인(266호) 조사에서 박 당선자는 당시 대선 유력 후보들 중에서 신뢰도(38.1%)와 불신도(35.8%) 모두 1위를 차지해 그에 대한 극단의 평가를 실감하게 했다.
박 당선자에 대한 불신의 이유 역시 '신뢰'를 강조하는 그의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그도 여느 정치인들처럼 종종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곤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자는 최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을 통해 야당의 '투표 시간 연장 요구'에 대해 "선거에서 중도 사퇴 후보에 대한 선거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가 수락 의사를 밝히자 박 당선자는 연계 처리 제안을 부정하며 "왜곡 보도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보도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또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선룰 변경을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의 요구에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칙을 내세워 거부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박 당선자는 지난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이회창 총재에게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며 "지금 같은 경선제도라면 경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제왕적 총재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외에도 박 당선자는 '동남권신공항'·'미디어법 처리'·'4대강 사업'·'김재철 MBC 사장 퇴임' 등에서 말을 바꾸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박 당선자 스스로는 '말바꾸기'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는 지난해 2월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바꾼 민주당에 대해 "말바꾸기가 심판의 대상"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