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김용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의 낙마 이후 지연됐던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사진)이 8일 지명됐다.
당초 박근혜 당선자가 직접 할 것으로 알려졌던 주요 인선 1차 발표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대신했다.
진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홍원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진 부위원장은 또 청와대 경호실장에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의 이름을 호명했다.
◇전격 발탁 정홍원 총리 후보자..인선 배경은?
정홍원 후보자가 박근혜 당선자의 낙점을 받은 배경에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으로 일한 정 후보자의 업무능력 및 검찰에서 오래 근무한 공직경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책임총리제를 천명한 박 당선자가 김용준 인수위원장 낙마 직후 물망에 오른 여러 인사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실시한 끝에 꺼내든 카드이기 때문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30년간 검찰에 재직하면서 확고한 국가관과 엄격한 공사구분, 원만한 인품으로 법조계의 존경과 신망을 받아 왔다"고 정 후보자를 소개했다.
이어 "공직자로서의 높은신망과 창의행정의 구현 그리고 바른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헌을 고려했다"는 말로 정 후보자를 선임한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정 후보자는 자신은 "보통사람"이라며 박 당선자의 의중을 "보통사람을 중시 여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은 며칠 전"이라면서 검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서를 냈다. 온갖 것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세밀한 사전 절차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책임총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엔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게 책임총리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진 부위원장은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내정자에 대해선 "40년여간 군에 복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빈틈없는 업무추진력과 포용의 리더쉽을 갖춘 분"이라며 "이점을 고려해서 지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확고한 안보관과 소신으로 굵직한 국방현안을 원만하게 처리했으며 국가안보 위기상황에서 국가안보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고려했다"며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김 내정자의 경력을 높이 샀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 주목
정홍원 후보자를 지명한 박근혜 당선자는 설 연휴가 끝나면 다음 주 안으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이 국회로 넘어오는 것.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여야는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는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앞서 여야는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키로 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인사청문요구서가 제출된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청문회 종료일부터 3일 이내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25일 열리는 박 당선자의 취임식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지만, 연휴 직후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고 인사청문회가 진통없이 진행될 경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표는 아닌 셈이다.
결국 문제는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인사실패 논란을 겪은 박 당선자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만 김용준 인수위원장 지명 때도 초반 평가는 나쁘지 않았었다.
향후 언론 및 야권에서 제기될 수 있는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설날 가족들이 모여앉은 밥상머리 민심의 향배도 심각하게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는 박 당선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 후보자의 인선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정홍원 변호사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현 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로서 적임자인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아울러 도덕성과 자질, 능력을 겸비하고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할 분인지도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