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은행권이 3월부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워크아웃제를 도입한다.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이 350조원을 돌파한데다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354조원으로 이 중 은행권 대출이 252조6000억원, 비은행권 대출이 10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자영업자에게 취급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기업대출은 173조50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해마다 10조원 넘게 증가하고 있으며, 자영업자 가계대출은 79조1000억원으로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 대출 종류별 증감 추이(단위 : 조원, %)
(자료 :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등 비은행권의 자영업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36조원, 65조원 수준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3월 통계청과 금감원,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표본가구 2만가구를 대상으로 가계금융을 조사한 결과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는 24.1%로 전년보다 5%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상용직 임금근로자의 DTI비율이 16.6%,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DTI가 19.4%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자영업자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91.1%,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6.7%로 모두 전체가구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중 소득 1~2분위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채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1분위 자영업자의 평균 DTI비율은 54.4%로 소득 5분위(23.7%)보다 2.3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 1분위 자영업자가 연간 10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이중 544만원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자영업자 기업대출 연체율은 0.89%, 자영업자 가계대출 연체율은 0.87%로 전년보다 각각 0.09%포인트, 0.1%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은 향상되지 않자 금융당국은 향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은행들이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계대출에 한해 시행 중인 프리워크아웃을 자영업자대출까지 확대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영업자 프리워크아웃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의 특성에 따라 만기연장이나 장기분할상환대출전환을 실시하거나 경우에 따라 원리금 감면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자영업자 특성에 맞는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자영업자에 대한 합리적인 여신공급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기연 부원장보는 "그동안 자영업자는 중소기업 대상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신용평가가 이뤄졌다"며 "자영업자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별도의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필요시 금감원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의 신용평가 모형 구축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또 금감원 중소기업지원실 내에 '소상공인 지원전담팀을 설치해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소상공인 관련 협회, 금융협회 등과 공동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재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계청 기준 지난해 말 국내 자영업자는 55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 수는 664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 664만명 중 규모가 영세한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는 527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비 7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