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99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6%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54조9737억원으로 같은 기간 2.4%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조384억원을 기록, 무려 62.2%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0%나 내려앉으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조선 부문에서의 장기매출채권 충당금과 현대오일뱅크의 정제마진 하락 탓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적 악화의 주요인은 업황의 장기침체 속에 대안으로 꺼내든 저가 물량 수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다. 활황기였던 지난 2009년 이전 수주했던 고가의 물량 비중은 대폭 축소되며 포트폴리오를 압박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조선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르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가선박 비중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지난해보다 올해 다소 공격적인 수주목표(296억달러)를 설정한 만큼 지난해의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1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55.4%) 넘게 줄었다. 매출액은 12조5654억원으로 2.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370억원을 기록하며 81.6%나 감소했다. 자회사의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차손과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도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금융위기 시절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들이 반영된 탓에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도 "올해는 시황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는데다 무게중심이 상선보다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해양플랜트로 옮겨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을 무기로 불황을 극복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4% 늘어난 1조2057억원, 매출액은 8.2% 늘어난 14조489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태안사고 관련 충당금 설정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6.4% 줄어든 7964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누적된 드릴십 건조 경험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면서 불황을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40% 비중을 차지한 상선의 영업이익률 부진을 드릴십 마진을 통해 상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에도 11척의 드릴십을 인도할 예정이어서 업계에서는 현대나 대우보다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앞서 두 회사처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비조선부문과 자회사 등이 없다는 점도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9년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에 수주했던 선박의 수주 마진 차이가 빅3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 됐다"면서 "2009년 수주했던 고마진의 물량이 빠지면서 주요 조선업체들이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역시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1만6000 TEU 컨테이너선 ‘CMA CGM Marco Polo’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