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0%대 중금리 대출 '제자리'

금감원 "10%대 대출상품 다양화 추진" 압박

입력 : 2013-02-18 오후 3:21:27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은행권의 10%대 대출상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새희망홀씨 대출과 같은 기존 서민금융 상품과 이용대상이 겹치는데다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 요인이 많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금보다 다양한 중금리 대출상품이 필요하다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대구, 부산, 경남, 농협은행 등 8곳이 10%대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올 1월말 현재 8개 은행의 10%대 대출상품 누적 잔액은 1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10억원 증가했다.
 
1월말 기준 10%대 대출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은 대구은행으로, 대구은행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일수대출을 통해 총 41억원의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희망일수대출은 매일 자유롭게 분할상환이 가능하고 조기상환에 따른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자영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출금리도 6.51~9.83% 수준으로 타 은행보다 낮아 대출 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1월말 현재 희망일수대출 건수는 474건에 달한다"며 "지원한도액인 300억원이 소진될 때까지 일수대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에 이어 10%대 대출상품 취급 비중이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새희망홀씨 대출에서 제외된 사람들 중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서민을 대상으로 평균금리 12%대의 새희망드림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1월말 현재 새희망드림대출 총 잔액은 36억4800만원, 대출건수는 876건에 달한다.
 
◇은행권 10%대 대출상품 현황 (단위 : 억원, %)
 
  (자료 : 각 은행)
 
부산은행은 대출 한도초과로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급전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인 바로누리론은 평균 200만~300만원의 소액 대출 위주로 운영되며 대출신청시 당일 대출이 가능한 급전대출이다.
 
바로누리론의 1월말 현재 평균금리는 9.2%로 최고금리가 13%를 넘지 않는다. 지난달 말 누적 잔액은 8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밖에 은행들의 10%대 대출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며 외국계 은행들은 여전히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10%대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전환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해 12월 10%대 대출상품을 출시한 경남은행을 제외하면 국민, 우리, 농협은행은 상품출시 후 넉달째 누적 잔액이 평균 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아예 대출잔액 공개를 거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금리가 10% 이하인 새희망홀씨 대출 대상자를 확대 운영하고 있어 10%대 대출상품 실적이 미미하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외부에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희망홀씨 대출 대상을 확대하고 취급비중을 늘리기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지난해 7월 새희망홀씨 대출 목표액을 1조5000억원 수준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고 은행권의 새희망홀씨 대출 확대를 독려하면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새희망홀씨 대출기준을 완화하는 등 목표 달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대 중금리대출은 새희망홀씨 대출 대상자와 수요가 많이 겹친다"며 "최근 새희망홀씨 대상자가 확대돼 10%대 대출상품 수요가 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중금리 대출상품 취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금감원은 "다양한 중금리 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10% 이상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될 경우 고객들에게 고금리 대출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20% 이상의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고객들에게 10%대의 중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논리다.
 
그는 또 "다양한 중금리 상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면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게도 새로운 수익창출이 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10%대 대출상품 개발을 위해 수요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서민 지원을 위해 은행들이 이미 많은 대출상품을 출시해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새로운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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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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