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 기자] 앵커 : 엔저현상이 계속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우려가 큰데요. 대표적으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IT업계의 우려가 크죠. 하지만 일본 IT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IT기업들 안심해도 될 지 오늘 김혜실 기자와 마켓인터뷰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선 어제 일본에서 1월 무역수지를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환율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나요.
기자 : 일본의 1월 무역수지 적자가 1조6300억엔, 우리돈으로 약18조83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7개월째 적자고요.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다만 같은 기간 수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해 8개월 만에 첫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12월 수출은 5.8% 감소를 기록했었는데, 큰폭으로 개선된 겁니다.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0% 확대됐고요. 대아시아 수출의 경우 전년 대비 8.4% 증가했습니다. 대미 수출도 10.9% 증가했습니다. 반면 대유럽 수출은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입은 전년 대비 7.3% 늘어나 직전월 기록인 1.9%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에너지 등의 수입 물가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적자를 기록한 겁니다.
앵커 : 엔환율 상황 정리해주시죠.
기자 :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지난 3개월 동안 13% 하락했는데요.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3엔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 주 있을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와 부총재 지명에 따라 환율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BOJ 총재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상하 모두로 최대 1엔씩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시장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G20 회의 결과 엔화 추가 약세 전망된다고 하셨습니다.
엔저가 일본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데요. 하지만 이번에 일본 IT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다고요.
기자 : 스마트폰에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IT 업체들은 최근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게임기, PC 등을 제조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최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영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올해 카메라 판매 목표를 1100만대에서 1000만대 미만으로 내려 잡았습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여서 카메라 사업은 흑자 전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파나소닉 역시 콤팩트 카메라 판매 계획을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 낮췄고요. 소니 역시 판매 목표를 3분기 연속 하향 조정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카메라뿐 아니라 휴대용 게임기나 PC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일본 IT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 겁니다.
앵커 :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어느 정도 부진했던 건가요.
기자 : 지난해 4분기 일본 IT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외 부문 일부를 제외하면 환율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은 없었습니다.
소니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64억엔이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TV부문 실적 개선은 없었고요. 대부분 이익이 회계상 평가익에 의존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적자라는 겁니다.
샤프는 작년 3분기 747억엔 영업 손실에서 4분기 26억엔으로 흑자 전환했지만요. LCD 시장점유율은 2.5%로, 전분기 3.3% 보다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파나소닉의 4분기 영업이익도 345억엔으로 전분기 487억엔보다 줄었고요. 도시바는 292억엔으로 49% 감소했으며 TDK도 54% 감소한 50억엔이었습니다.
일본 IT기업들은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때 영업이익률은 업체별로 1~2%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 일본 기업들이 부진하다지만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리 기업들의 우려도 사라질 수는 없을 텐데요. 환율 영향 어느 정돕니까.
기자 : 엔?달러 환율이 오를 때 철강,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정보기술(IT)부품 순으로 이익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10엔으로 변할 때 철강의 경우 영업이익이 4.4% 떨어질 수 있고요. 자동차가 -4.2%, 휴대폰 -2.3%, 반도체?IT부품이 -0.2%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화학업종만 영업이익이 2.6%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약세가 국내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해석하기보다 엔달러 환율이 극단적 수준인 110엔까지 오르더라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110엔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치고, 이렇게 되더라도 영업이익이 최대 4% 수준 감소하는 정도면 괜찮다는 겁니다.
오히려 일본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데요. 무역수지에서 나왔듯이요. 일본은 에너지 자원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액 중 30%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엔화약세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엔화약세로 수출증가 효과를 누리더라도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져 무역수지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아베노믹스는 힘을 잃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 실제 우리나라 IT 수출은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 우리나라 IT제품 수출 감소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엔저 현상의 지속 가능성이 줄어 한국 IT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청이 내놓은 `2013년 1월 수출입동향(확정치)`을 보면요. 가전제품의 수출증가율은 13.8%를 기록해 15개월째 연속되는 감소세를 마감하고 반등에 성공했고요. 반도체와 휴대폰 역시 각각 9%와 14.6%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자동차 수출증가율도 23.6%를 기록해 환율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을 만한 우리 IT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기자 : IT 산업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 보더라도요. 사실 스마트폰 개발은 애플 등에 크게 뒤쳐졌었지만요. 그 기간이 무색할 만큼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따라왔고, 시장 점유율 마저 앞질렀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2는 출시 2개월만에 500만대가 판매됐구요. 갤럭시S3의 판매 하락세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갤럭시S3 미니 등 중저가 모델로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6000만대를 무난히 돌파했을 것으로 알려졌고요. 갤럭시S4 출시로 무선사업부의 이익 확대가 올 2분기까지 무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증권업계는 올해 실적 전망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주력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순항 중이고 반도체 경기 개선세와 태블릿PC 판매 확대와 같은 호재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증권사들의 전망을 보면요.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을 36조원대로 전망했구요. 신한금융투자는 33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자 : 주식시장에서도 IT업종 긍정적인 시각들 많이 나오는데요. 환율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면서 한국 IT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돼 주가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들 나옵니다.
제품 경쟁력이 우수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트업체를 중심으로 대응하라는 조언들도 나오고요.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IT 부품업체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제품 구성, 약화된 브랜드 파워로 일본 IT기업들이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엔화 약세에도 우리 IT기업들이 크게 피해를 받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가격경쟁력 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경쟁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 건데요. 환율 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요 회복에 좀 더 관심 가지고 지켜보시면서 IT업종 투자전략 잡으셔야겠습니다.
앵커 : 오늘 마켓인터뷰 시간에는 엔저 현상과 일본IT 기업들의 경영 환경, 우리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투자전략까지 김혜실 기자와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