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을 담보설정 등으로 횡령한 뒤 다시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뒤에 처분해 얻은 이익이 앞의 횡령이익보다 크다면 형사처벌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국민의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종중 소유의 땅을 여러번에 걸쳐 마음대로 처분함으로써 이익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종중 총무 안모씨(66)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종전의 이와 반대되는 대법원 판결들은 이번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명의신탁 보관물을 처분해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경우 다시 처분한 행위는 선행 처분행위로 발생된 현실적인 법익침해를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할 경우에는 그 후행 처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동산에 대한 횡령행위가 일단 기수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새로 법익침해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부동산을 매각해 별도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해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종중으로부터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아 보관하던 중 1995년 채권최고액 1400만원에 근저당권을 그 부동산에 설정한데 이어 2003년에는 채권최고액 750만원에 근저당권을 다시 설정해 횡령했다.
이후 안씨는 2009년에 이 부동산을 다른 종중원과 공모해 1억9000만원에 아예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겼다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안씨 등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안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다른 종중원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안씨는 부동산 매도로 인한 횡령범죄는 이미 근저당권 설정 당시 횡령죄가 기수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처벌할 수 없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