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소비위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가계소득도 늘었지만 소비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의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2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0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감안할 경우, 실질 가계소득은 3.8% 늘어난 셈이다.
가계소득은 지난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400만원을 넘었다가 2분기에 다시 300만원대로 하락, 3분기에 다시 400만원대로 올라섰다. 4분기에는 409만3000원을 기록해 지난 한 해 평균이 400만원대를 웃돌았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취업자가 43만7000명 증가하고, 상용근로자 비중이 확대되는 등 고용 개선이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득 동향을 보면 지난해 비경상소득은 4.3% 증가한 반면 경상소득은 6.2% 늘었다. 경상소득 중에서도 근로소득이 7.7%나 증가해 전체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통계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지출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가계지출은 월평균 32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 가계지출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출 중에서도 식료품·교통 등의 소비지출보다 조세·공적연금·사회보험료 등의 비소비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4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7%(실질 0.5%) 증가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증하면서 통신비(6.6%) 지출이 크게 늘었고, 집세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주거·수도·광열(5.5%)비 지출도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반면 정부의 정책지원을 받은 교육(-2.1%), 기타상품·서비스(-1.4%)는 소폭 감소했다.
박경애 과장은 "정부의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유치원비 지원, 대학 등록금 인하 등 정책적 지원이 많이 늘어 교육지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세금 등 비소비지출의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76만원으로 1년 전보다 5.1% 늘었다. 취업자 증가에 따라 경상 조세(9.7%), 연금(8.4%), 사회보험료(7.7%) 등의 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가계수지는 연간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이 33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가계의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86만원으로 전년보다 18.4% 상승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 역시 전년대비 2.6%포인트 증가한 25.9%로 집계돼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2.6%포인트 하락한 7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금이나 보험료와 같이 매달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을 제외하고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이 중 74만원만을 쓴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소득 5분위별 소득 및 소비지출은 모든 분위에서 1년 전보다 늘었다.
소득은 고용호조 등으로 4분기 연속 1분위 소득이 가장 증가하는 등 저소득층 소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었고, 지출은 4분기 중·저소득층 중심으로 지출 증가율이 둔화돼 작년 한 해 연간으로 보면 고소득층 지출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4.69배로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2008년 이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가계소득이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가계지출이 둔화되며 가계수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며 "고용 호조 등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해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실질 소득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계의 소비지출도 4분기 들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생활물가 안정,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 경기회복과 가계의 소비심리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