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규제와 경기불황으로 위축된 유통업계에 사업다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일제, 신규출점 제한에 맞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 성장 동력 찾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편의점, SSM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알뜰폰 판매에 나서고 있으며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편의점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유통업계 최초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이래 GS25, CU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연달아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기업형슈퍼마켓 중 GS슈퍼마켓이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올 상반기 알뜰폰 사업 참여를 발표했던 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139480)까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유통기업들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접근성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 이어 SSM, 대형마트까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의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협상력을 바탕으로 휴대폰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존 사업체들이 유행이 지난 재고물품을 주로 판매하는 데 비해 스마트폰 등 최신형 단말기를 선보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의 편의점 사업 진출 등 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직접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거나 편의점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PB상품 구색이 다양해지고 매출 비중도 높아지면서 전용 상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대형마트의 신규출점 제한에 맞서 새로운 입지를 개발하고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신유통서비스를 강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4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에 면적 2300㎡ 규모의 새 매장을 낼 계획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롯데마트는 전체 매장의 70%를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한 의류매장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금융, 통신, 여행, 이사 등 다양한 무형상품을 판매하는 신유통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시중 은행과 제휴해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마트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은행 서비스(3개 점포)'와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문 컨설턴트의 보험설계를 받을 수 있는 '마트슈랑스(13개 점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마트슈랑스를 전국 30개 점포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현재 전주효자점, 북수원점, 안산점, 강서점, 아시아드점, 부산연산점 등 6개 매장에서 선보이는 무료 커피 서비스도 확대해 대부분의 마트슈랑스를 카페형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최근 GS25는 서울지역 직영점 20여 점포에서 다이어트와 비타민음료 중심의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올해 4월 중으로 전국의 GS25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를 취득해 본격적으로 헬스&뷰티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판매하고 있는 7종의 상품 외에도 다이어트, 비타민, 피부미용 제품을 개발해 헬스&뷰티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신규출점은 어려워지고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는 위축돼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신사업에 관심을 갖는 유통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통업계에 신사업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경쟁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 진출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질 경우 국내 유통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을 앞세워 업종 간 고유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유통업계와 중소상인 간의 갈등이 유통업계 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며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가운데 상생,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