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사실혼관계로 동거하던 중 생활비 등으로 서로에게 지급한 돈은 대여금이 아닌 증여금이므로 동거관계가 끝났더라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수현 판사는 A씨(36)가 사실혼관계에 있다가 헤어진 B씨(49·여)를 상대로 "동거 기간 자신이 생활비 명목 등으로 지급한 35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 금전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돈의 성격을 대여금으로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원고와 피고의 관계를 살펴보면 증여금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피고에게 더 큰 집을 마련해주지 못해 미안해했다'는 증인의 진술이 있었다"며 "이런 사항 등을 종합해볼 때 원고는 다른 남성과 사실혼관계에 있던 피고에게 구애하면서 빚 일부를 갚아주고, 집까지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 역시 원고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비를 꾸준히 지출했기 때문에 원고가 지급한 금액이 부당하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더욱이 원고는 지난해 파산신청을 하면서 피고에게 지급한 금액을 재산목록에 기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04년 당시 다른 남성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B씨를 만났다. A씨가 B씨에게 구애한 끝에 둘은 2011년부터 동거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2월 헤어졌다.
동거기간 동안 A씨는 B씨에게 동거주택 임대차 보증금 1700만원과 빚 청산 비용, 생활비 등 13회에 걸쳐 총 3500여만원을 줬다. 그러나 A씨는 B씨와 헤어진 뒤 "이 돈은 빌려준 것"이라며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는 "증여받은 돈이므로 그럴 수 없다"고 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