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했는데 전통시장 왜 안 살아나나?

입력 : 2013-02-24 오후 2:11:0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1.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송기춘 씨는 요즘 하루에 손님 20명을 받기도 힘들다. 한 그릇에 6000원인 순대국밥을 팔면 하루 수입은 12만원 남짓. 이런 사정은 송 씨만이 아니다. 신원시장은 인근에서 가장 크고 주위에 대형마트도 없지만 주말임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없어 상인들은 울상이다.
 
#2. 서울 마포구의 공덕시장은 족발골목과 튀김골목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공덕역을 중심으로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들어서 시장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식육점을 운영하는 백재무 씨는 "족발집과 튀김집은 그나마 사람이 들지만 다른 가게들은 대형마트에 손님을 다 뺐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확대됐지만 전통시장은 아직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최근 발표한 '전통시장 하루 평균판매액' 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 내 점포 5곳 중 1곳은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1511개 가게 중에서 하루 매출이 10만원 미만인 점포는 19.3%고, 5.3%는 5만원도 안 됐다. 특히 하루에 10만원도 못버는 점포 비율은 2008년 8.6%, 2010년 13.7%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은 "경기침체와 함께 대형마트의 확장으로 전통시장을 찾은 고객이 줄어들었다"며 "올해도 전통시장 경기는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회 이상 의무적으로 휴무하게 됐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30일 중 이틀을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의 매출이 급격히 증가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범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이미 대형마트에 익숙해져 전통시장에 쉽게 발을 돌리지 않는다"며 "대형마트 규제만으로는 전통시장의 매출증대를 도모하는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규제라는 간접방식 외에 전통시장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아케이드 지붕설치와 주차장 구축, 이벤트 활용 등 인프라 정비에 힘써야 한다"며 "지자체도 전통시장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과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상인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진병호 서울상인연합회장은 "상인들은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했기 때문에 고지식함이 있고 정보교환이나 공동구매 같은 협조를 잘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안영승 수유재래시장 상인회장도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해도 정작 상인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상인회 차원의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범식 연구위원은 "고객과 함께 하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상인들 스스로가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고객의 감동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시장을 스토리텔링이 담긴 특색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시장별 여건을 고려한 특상품 개발과 상품전시, 홍보전략 수립 등을 돕는 '시장닥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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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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