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NHN이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인터넷 이용환경 중심축이 바뀌고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업체들과의 직접 경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복잡한 내부조직을 정리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계획이 발표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기업분할 의도와 향후 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분할과정에서 주주이익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반응, 지주사 전환문제 등 주요 현안과 쟁점에 대해 상세히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 6일 NHN은 두 개의 모바일사업 담당 자회사를 설립하고, 게임사업체인 한게임을 새 법인으로 분리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신설회사는 ‘캠프모바일’과 ‘라인플러스’로서 이 둘은 각각 신규 모바일사업 및 메신저 ‘라인’의 글로벌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한게임은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독립될 예정이다. 인적분할이란 회사의 자본과 부채를 나누는 것으로서 주주는 현재 비율만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할당받게 된다.
만약 계획이 현실화되면 이들은 변화된 사업 및 지배구조로 인해 재평가를 받게 된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분할이 NHN이 밝힌 의도대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모두 상승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 “글로벌기업으로 도약 가능”
결과를 낙관하는 쪽은 분할이 본래 취지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시장상황이 NHN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쌓아온 자본과 사업수행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망에 따르면 NHN의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할이 이뤄지면 독과점 규제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NHN은 검색광고시장 80%, 디스플레이광고시장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경쟁업체들의 부진과 자체 경쟁력 강화로 이 현상은 심화될 예정이다.
또 라인의 수익화 행보가 본격화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NHN은 라인을 통해 유료콘텐츠, 광고 등으로 483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NHN측이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미루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막강한 마케팅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최소 수천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아울러 캠프모바일을 통해 진행될 신규 모바일사업도 NHN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게임은 모바일사업 강화를 통해 재도약을 꿈꿀 수 있다. 최근
컴투스(078340),
게임빌(063080),
위메이드(112040) 주요 모바일기업들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주가수익율(PER)을 적용받는 상태다. NHN측은 "스마트폰 게임만으로 매달 70억~8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모바일사업 역량을 자신했다.
◇ “현 주가 고평가 상태..기업가치 하락 우려”
반면 분할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쪽은 현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가 수익성이나 성장성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됐기 때문에 더 이상 상승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가수익률(PER)만 하더라도 20배 이상인데 해외 동종기업인 구글 등 글로벌기업들이 15~20배에 사이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NHN이 직면한 모든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은 단가, 효율, 트래픽 모두 천정까지 올라 어느덧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를 대신할 모바일광고는 작은 화면과 광고주들의 무관심 등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인 역시 지금까지 견조한 성장을 일구긴 했지만 앞으로 성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평가다. ‘와츠앱’과 ‘위챗’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중국과 북미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국내시장 역시 카카오톡에 밀린 상황. 게다가 라인의 주 무대인 일본에서도 야후를 필두로 하는 경쟁사들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한게임이다. 우선 웹보드게임 규제가 현실화되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매출 감소규모를 1000억~1500억원으로 보기도 한다. 게다가 대안으로 모색되는 퍼블리싱과 모바일사업 역시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투자를 했으나 여전히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 글로벌 인터넷기업 주가수익비율 및 주가순자산비율 비교 (자료=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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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지금까지 NHN이 높은 주가를 유지했던 것은 포털과 게임사업이 합쳐져 위험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게임사업은 포털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보존해주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잔존법인과 신설법인 모두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분할 반대론자들은 더 나아가 기업분할 뒤에 숨겨진 의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분할에 대한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특히 한게임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시켰다는 것은 여러 모로 다른 의도가 숨겨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