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현(일본)=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남동쪽 치바현에서 차량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기미츠시 신쇼와 매장. 신쇼와는 치바현에 본사를 둔 주택설계와 시공,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출처=네이버 지도
오른편 길을 건너자 입구에 '신쇼와 하우징 파크'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모델하우스 한 곳에서 평형대 별로 내부를 보여주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판매할 주택을 여러 채 지어 전시하고 있었다.
견본 주택들 사이에서 '태양광 주택'이라고 쓰인 빨간색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신쇼와에서 판매 중인 태양광 주택 브랜드 '위드어스홈(With Earth Home)'의 모델하우스다.
◇태양광 주택, 전기·난방비 '제로'..남는 전기, 1kw당 42엔에 판매
문을 열고 태양광 주택에 들어서자 여느 가정집처럼 아늑함이 느껴졌다.
매서운 추위를 한방에 녹이는 훈훈한 실내공기와 거실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세면대의 뜨거운 온수. 이 집의 전력과 난방은 모두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모은 전기를 통해 공급되고 있었다.
주방과 세면대를 잇는 공간으로 들어서자 벽에 걸린 손바닥 크기의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사용하는 전력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로, 전력 사용량에 따라 모니터 속 펭귄이 서 있는 얼음의 크기가 변한다.
이날 오후 4시, 기자가 본 모니터 창에는 펭귄 한 마리만 간신히 얼음 위에 서 있었다. 모델하우스 방문자가 많은 주말이라 거실과 주방 조명을 포함해 각종 전기 제품, 난방 등을 모두 켜둔 탓이다.
◇신쇼와의 태양광 주택 모델하우스
태양광 주택의 원리는 간단하다. 낮 시간동안 태양광으로 모은 전기는 전력회사에 팔고, 여기서 발생한 수입으로 저렴한 심야전기를 사서 쓰는 방식이다. 낮 시간에 전력을 사용할 경우엔 남은 전기만 전력회사가 가져가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전기요금과 난방비 등 광열비가 '0엔'이 된다는 게 신쇼와 측의 설명이다.
주택 소유자가 맞벌이 부부거나 전력 사용이 적은 가정이라면 평일 낮시간 때 생산한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1킬로와트 당 42엔(한화 484원)에 사간다. 계량기를 거꾸로 돌려 전기요금만 절감하는 데 그치는 한국의 태양광 주택과 그 개념부터가 다른 것이다.
호시노 토모히코 신쇼와 주택사업본부 부장은 "최근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태양광 주택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취학 전 자녀를 둔 젊은 30대 부부들의 관심이 가장 높다"고 귀띔했다.
◇한화솔라원 모듈 쓴 태양광 주택, 반년 동안 700여채 판매
신쇼와는 태양광 주택 디자인부터 태양광 모듈까지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태양광 모듈은 현재 샤프, 도시바, 미츠비시 등 자국 제품과 한화솔라원, 중국의 캐네디언 솔라 등 5개 업체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신쇼와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듈은 단연 한화솔라원이다. 신쇼와는 지난해 7월부터 한화솔라원의 모듈을 한데 묶은 패키지형 태양광 주택을 선보였으며,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총 500여채를 팔았다. 지난해 전체 판매된 태양광 주택 1000채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태양광 주택은 4킬로와트(4인 가족 기준) 규모일 때, 일반 주택보다 2300만원가량 설치비가 더 든다. 그러나 한화솔라원의 모듈을 채택한 태양광 주택은 우리 돈 3억원에 해당하는 집값만 내면 별도의 태양광 설치비 부담이 없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신쇼와 측의 설명이다.
신쇼와는 태양광 주택에 대한 반응이 예상외로 뜨겁자 올해 1월부터 2월말까지 판촉행사를 연장했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판매된 주택만 200여 채다. 하루에 3채 꼴로 팔린 셈이다.
◇신쇼와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한화솔라원의 태양광 패널을 보고 있다.
◇日 주택용 태양광 ‘한화솔라원’,‘한화큐셀’ 이원화 전략..사후관리도 강화
일본 주택용 태양광 시장이 달아오르자 한화솔라원은 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을 통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등 두 개의 브랜드로 주택용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한화솔라원은 가격 경쟁력을 주무기로, 중국의 선텍과 캐네디언 솔라 등에 맞서 보급형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독일 큐셀에서 한화그룹의 새 식구가 된 한화큐셀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와 자부심이 높은 일본 소비자를 겨냥해 하이엔드(high end·최고급) 시장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가격과 브랜드 경쟁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현지 시장을 파고드는 저인망식 전략인 셈이다.
◇한화큐셀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PV EXPO 2013’에 참가해 꾸민 전시관.
판매뿐만 아니라 제품 보증도 강화한다. 해외 태양광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 발붙이기 힘들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사후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중국의 선텍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태양광 제품에 대해 25년간의 보증을 약속한 덕이다. 이는 전 세계 80개국 진출국 가운데 일본 시장에서만 유일하게 취한 전략이다.
한화재팬 역시 기술팀과 품질보증팀 등의 대응력을 높여 사후관리 서비스 강화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재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며, 올 2분기에는 오사카에도 곧 개소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4월에는 '태양광 테크니컬센터'를 열어 사후관리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품 테스트기와 장비 검사기를 확충해 테니크컬 센터에서 불량을 바로 검사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재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존속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화는 일본 내에서 재무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국내외 경쟁 업체들에 비해 품질 보증팀과 기술팀 등 사후관리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점도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재팬, 올해 주택용 태양광 400MW 목표..내년 日 시장, 5위권 계획
일본의 주택용 태양광 시장은 개인이 전력 판매가 가능한 '고정가격판매제도' 도입과 정부의 보조금 지급,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세에 힘입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장의 규모는 용량기준 893메가와트(MW), 금액 기준으로는 5045억엔(5조96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정부가 올해 계획한 태양광 연간 의무공급량인 330MW의 2.7배를 웃도는 규모로, 일본의 주택용 태양광 시장은 2020년까지 2567MW, 금액으로는 8653억엔(10조2238억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재팬 관계자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등을 통해 주택용 태양광 시장에서 400MW, 올해 산업용 부문에서는 판매량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일본 전체 판매량 5위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