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5톤 트럭에 사다리차, 피아노, 에어컨 등의 비용은 추가 지불하셔야 합니다. 이마저도 차와 일손이 부족해 구하기 힘드니 빨리 예약해야 가능합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정모(37)씨는 최근 이사 준비를 하면서 턱없이 높게 부르는 이사비용 탓에 화가 치밀었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이사 비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더욱이 매달 음력 초하루를 이르는 ‘길일(吉日)’이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사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2~3배까지 치솟는다. 대부분이 공공연히 '웃돈'을 요구하고 있고, 이마저 내지 않을 경우 '배짱'을 내밀기까지 한다.
오는 28일 이사를 계획한 정모씨는 당초 세입자와 이사 날짜를 맞추다 보니 ‘길일’을 피할 수 없었다.
포장이사업체 홈페이지에 나온 연락처에 전화를 걸었으나, 기존의 명시된 금액보다 최소 2~4배 가량 비싼 이사비용을 청구해 왔다.
여기에 무게가 나가는 피아노나 에어컨, 냉장고 등은 추가비용이 들고, 아파트의 경우 사다리 차량을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금액과 차이가 많이 난다”며 항의를 했지만 “하기 싫으면 말라”는 식의 짜증 썩인 답변만 돌아왔다. 그야말로 배짱 영업이다.
◇모 업체 지역별 이사비용 견적서.
실제 포장이사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사는 5톤 기준, 거리 40km 이하의 경우 이사비용은 70~80만원으로 명시돼 있으나, 실제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 2~3배 가량의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여기에 에어컨(스탠드형) 6~8만원, 정수기.냉장고(8만원), 샹들리에(10만원), 위성안테나(10만원), 그랜드피아노(20~30만원), 세탁기, 세척기, 탈수기(각각 8~10만원)의 비용은 따로 청구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사다리차의 경우 편도·왕복기준, CBM(Cubic Meter·부피), 층수, 거리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비용은 ‘이중 청구’되는 셈이다.
◇포장이사 소비자 피해 추이.(자료 : 한국소비자원)
그나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정모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치솟는 전셋값에 쫓기듯 이사를 가야만 하는 세입자의 경우 날벼락 같은 이사비용에 고개를 떨구고 만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2~3월은 이사철로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면서 “인력이나 차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포장이사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서비스가 확실한 업체를 선정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점검해 업체에 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선환 한국소비자원 서비스팀 차장은 최근 발표한 <포장이사 소비자 피해 해마다 급증>보고서를 통해 “계약하기 전 사업자 소재지 관할 행정기관을 통해 이사업체가 허가받은 사업자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에어컨이나 붙박이장 이전 설치, 이사화물 목록과 차량 수 등을 꼼꼼히 체크해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업체가 방문견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꼭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