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드러그스토어가 유통업체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골목상권 살리기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정부로부터 영업시간·영업일수·신규출점 등의 제한을 받는 대형마트 등과 달리 드러그스토어는 그 어떤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상인들과 정치권에서는 드러그스토어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인위적인 규제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는 기존 화장품 전문숍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시중에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건강식품·가공식품·생활잡화 등을 모두 취급하고 있어 복합점포 개념에 가깝다.
드러그스토어는 2000년대에 도입된 이후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국 80개였던 3대 드러그스토어(CJ올리브영·W스토어·GS왓슨스)는 지난해 384개로 4.8배 증가했다. 전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868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360.1% 성장했다.
이처럼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팽창하는 것은 그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를 받고 있다.
편의점도 기존 편의점을 기준으로 250미터(m) 안에 개점하지 못하도록 출점거리가 제한돼 점포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유통업체들은 신규 출점 및 영업 규제가 없고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드러그스토어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서울 홍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드러그스토어 관계자는 "여러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트랜드와 경기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대형마트처럼 강제로 쉬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마트·편의점과 다를 바 없지만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 급속도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홍일표(새누리당) 의원은 지식경제부 국정 감사에서 "드러그스토어가 대형마트·SSM·편의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분류에 들지 않는다"며 "규제를 받지 않아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정부는 드러그스토어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인위적인 시장 규제에 대한 경계감을 표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대한 의무휴업 도입은 효과가 제한이고 골목상권 보호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앞서 편의점에 대한 모범거래기준을 내놓은 공정위 한 관계자는 "시장 경쟁 촉진을 담당하는 공정위는 드러그스토어에 대한 유통업체의 신규 진입 여부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지 않다"며 "골목상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경쟁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 영세상인·중소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 시장의 자율 기능 측면에서 손해 보는 게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드러그스토어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당분간 드러그스토어에 진출한 유통업계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모(52세) 씨는 "편의점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드러그스토어까지 가세하면서 요즘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며 "규제를 만들면 기업들이 그것을 피해 또 다른 영역을 확보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