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QE)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벤 버냉키 의장은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양적완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뚜렷한데다 인플레이션 등 위험은 잘 관리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적완화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양적완화 효과 확실..고용 여전히 '취약'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현 시점에서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정책은 세계의 수요를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의 기업도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성장이 완만한 속도를 보이고 있고, 단기 재정지출 감축에 따른 성장 회복의 부담이 있다"며 "고용시장은 취약한 상황이고, 실업률은 7.9%로 정상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살 과티에리 BMO 캐피탈 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취약한 고용시장이 양적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산버블 징후 발견하기 어렵다"
양적완화가 특정 자산의 버블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버냉키 의장은 “자산 버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연준의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3%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만 4.3% 상승했다.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1.86%로 지난해 6월 저점인 1.39%에서 무려 0.47%포인트 상승(가격 하락)했다.
버냉키 의장은 "기업 실적도 괜찮은 편이고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면서도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 동안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위험 추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나는 인플레이션 가장 잘 제어하는 비둘기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안정적"이라고 단언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실질경제와 고용 성장을 도모했고,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도 부합해 왔다는 것이다.
이날 공화당의 밥 코커 의원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비둘기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어떠 면에서 비둘기파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플레이션을 가장 잘 관리한 의장 중 한 명"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비둘기파로 불리는 당국자들은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지지하며 매파는 물가 안정을 중시한다.
현재 물가상승 수준에 대해서도 그는 "휘발유 가격 상승은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이고 물가 상승압력의 신호도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양적완화로 인한 비용이 미국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부분을 압도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부양정책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갖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시퀘스터 역풍 피해야..일본 양적완화 ‘지지'
버냉키 의장은 연준의 완화조치가 미국 재정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모두 상쇄해주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연방정부 예산이 강제 삭감되는 이른바 '시퀘스터' 발동으로 경제가 심각한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며 의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일본 아베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주변국가에 경제적인 손해를 입히는 근린궁핍 전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