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월세 비율 42.3%..'역대 최고'

집주인 저금리 기조에 월세 선호

입력 : 2013-03-05 오전 11:09:23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1.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109㎡ 중형 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살던 한씨(63)는 최근 큰 아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8년 넘게 전세로 살던 집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약때마다 보증금을 조금씩 올려줬지만 이번에는 아예 집주인이 반전세(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를 요구하고 나섰다. 은퇴 후 특별한 수입이 없었던 한씨 부부에게 다달이 들어가는 월세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2. 취업 후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원룸을 알아보던 김모(29)씨는 전세방을 구하려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가가 너무 비싼데다 매물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15㎡ 원룸을 얻는데 월세를 40만원에서 15만원으로 깎는 대신 보증금을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올려 월세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월 10만원 수준의 관리비까지 합하면 월세살이가 부담스럽다.
 
경기침체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전월세 거래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42.3%를 기록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월세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월 2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월과 8월을 제외하고 20% 중후반대에 머물던 월세비중은 지난해 33~36% 수준까지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처음으로 40%대까지 늘어났다.
 
◇임대차 시장 전월세 비중 추이(자료=국토해양부, 단위=%)
 
저금리 기조에 전월세난까지 겹치면서 집주인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세금을 받아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일종의 빚'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세를 월세로 바꿔 '수익형 부동산'으로 삼으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85.95㎡의 전세가는 4억5000만원 수준으로 연 3%의 이율을 적용하면 1350만원의 연수입이 나온다. 반면 보증금 1억에 월세 200만원을 받으면 월세수입만으로 연 2400만원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집주인의 월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에 맞춘 월세 안정화 대책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전월세 상한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철도부지 위에 '반값 월세주택'을 짓는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월세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임차시장의 변화된 구조에 맞춰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가구 특성을 고려한 주택정책방향' 보고서에서 "무주택 전월세가구와 증가하고 있는 보증부 월세가구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전월세가구의 86%가 일반 셋집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가 (공식 등록한) 임대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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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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