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도제철소 부지확보만 8년째.."마음대로 안되네"

입력 : 2013-03-05 오후 5:08:41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포스코(005490)의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이 8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 정부와 제철소 건설 MOU를 맺은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한 상태로, 포스코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무려 120억달러가 투입되는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의 핵심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승인이 떨어지거나 정치인과 관료들이 "제철소 건설에 힘쓰겠다"는 발언이 나오면 건설사업은 장밋빛 미래로 보였다가, 주민들의 폭력·사망사고가 일어나거나 환경청 등 관계기관 제동이 걸리면 지연되는 등 인도제철소 사업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재'다.
 
◇인도 오디샤주 제철소 부지 전경
 
◇원주민 반발..부지확보 '난망'
 
포스코 인도법인이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인 인도 동남부의 오디샤주 한 마을에서 최근 폭발사고가 발생해 포스코 제철소 사업 반대주민 3명이 사망했다.
 
사고가 난 오디샤주의 한 주택은 반(反)포스코 주민단체인 포스코저항투쟁윈원회(PPSS)의 소재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사제 폭탄을 만들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에는 부지확보 과정에서 불거진 폭력사태로 주민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제철소 건설이 늦어지는 것은 주민들과 일부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반대활동으로 인해 토지확보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신청한 광산탐사권 승인 문제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진 데다 비정부기구(NGO) 등이 산림법 위반 문제를 제기해 환경부 심의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8년이나 흘렀다.
 
포스코는 최근 발생한 주민 사망 사고에 대해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 아니다"며 다소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사업에 착수하기 전 인도 특유의 행정절차 처리 방식과 민주주의 토양 등을 고려해 사업 지연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이번에 다시 사망사고까지 불거져 난감해했다.
 
◇인도네시아·브라질 '순풍'..애물단지 전락한 '인도' 
 
포스코는 철강, 에너지, 소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철강분야는 여전히 '주종목'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인도 등에서 글로벌 전초기지를 확립하는 것이 지금의 포스코에게 닥친 과제. 
 
유독 인도에서만 해당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 일관제철소 건설과 인도에서의 하공정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의 애가 탈 수밖에 없는 대목인 셈.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2009년 12월 크라카타우스틸(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과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합작 건설을 위한 MOA를 체결한 이래, 2~3년 만에 본공사에 착공했다. 동국제강(001230), 발레와 함께 설립 중인 브라질 제철소는 지난해 부지정지공사를 거쳐 항타작업에 착수, 9월 본공사에 착공했다.
 
포스코는 인도 내에서 상공정과 하공정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지지부진한 상공정(제철소) 건설과 달리 하공정 사업은 계획대로 풀리고 있다. 푸네와 뉴델리 등 4군데 가공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인도 내 자동차강판 시장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연산 45만t 규모의 마하라스트라 CGL(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은 지난해 5월 준공됐다. 180만t 규모의 마하라스트라 냉연공장은 2월 현재 토건공사가 진행 중으로 오는 2014년 6월 완공된다.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역시 기전공사가 진행 중으로 올해 10월에 준공된다.
 
◇매력은 '충분'..관건은 현지화 작업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새로운 소비시장. 특히 철강 소비는 향후 2~3년간 최대 9%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철강업체의 격전지로 점쳐지고 있다.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진입도 쉽지 않다. 이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는 정서에 기반한 행정처리 방식 탓에 인도에서 고전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 역시 연산 600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역시 부지확보 문제로 수년째 고전하고 있다. 그룹의 오너인 락시미 미탈이 인도 출신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때문에 어떤 업체가 인도에서 첫 삽을 뜨느냐에 세계 철강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는 뾰족한 대안은 없지만 8년이나 공을 들인 만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오디샤주의 대안으로 인도의 크라나카타 주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포스코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디샤주 인도제철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1200만t이다. 현재 포스코의 조강생산능력이 4000만t임을 감안할때 3분1에 육박하는 대단위 규모다. 포스코가 인도시장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포스코는 현재 필요 부지의 절반 가량을 확보한 상태로 앞으로도 계속 지역주민들과의 합의를 통해 부지를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 오디샤주는 6억t 가량의 철광석 산지가 있어 '원료가 있는 곳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포스코의 방침에 최적으로 평가 받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로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 정부 역시 경제개발로 인한 수혜 등을 고려해 긍정적인 자세로 도와주는 형국"이라면서 "인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변함없이 제철소 건설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포스코가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먼저 답습하고 체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주민들과의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정부에만 기대 반발이 커졌다는 분석도 잇달았다. 한마디로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그 사이 아까운 시간은 8년이나 흘렀다. 사업이 좌초되는 동안 포스코의 기회비용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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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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