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선배' 지주회장님들 어찌 하오리까

'행시 24기' 신제윤 내정자, 강만수·신동규의 한참 후배

입력 : 2013-03-05 오후 5:09:27
◇사진 왼쪽부터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행시 24회),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행시 8회),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행시14회)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강만수, 신동규 등 이른바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금융관료)'로 불리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행정고시 기수로 한참 후배인 금융위원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신 내정자의 재산이나 병역 등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는 무난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 내정자는 1958년 서울 출신으로, 행정고시 24회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쳐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를 지낸 바 있다.
 
신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과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행정고시 기수로  까마득한 후배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모피아다. 강 회장은 행정고시 8회로 신 내정자보다 16회차 선배이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23회)보다도 15회 위에 있다.
 
지난 2011년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행시 23회)이 금융지주사 CEO를 소집했을 때에도, 행시 후배이자 재정경제원에서 강 회장을 보좌했던 김 전 위원장이 부른 자리에 나가느냐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신동규 회장도 행시 14회로 재무부 증권발행과장, 자본시장과장,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바 있다. 신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신제윤 내정자의 같은 학교·학과 선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도가 공교롭게도 전 정권에 임명된 금융지주 회장들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른바 MB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 CEO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강만수 회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고, 신동규 회장은 2014년 6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태. 하지만 청와대 인선이 늦어지면서 임기 만료까지는 자리는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내정자가 금융위원장 자리에 올 경우 관료 선배였던 모피아의 입장에서는 불편하지 않겠냐"며 "새 정부 출범 후 공기업 CEO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된다는데, 이들 금융지주 CEO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주시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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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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