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인터뷰와 고백 통해 '춤의 가능성'을 탐구하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기획공연 '댄스를 위한 댄스'

입력 : 2013-03-06 오후 12:51:3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전위적이다. 어렵다. 추상적이다.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 업계 사람들끼리만 소통한다.'
 
현대무용에 대한 일반대중의 편견이다. 딱히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용단체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공연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춤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며 대중과의 소통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무용가들이 춤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부터 춤도 달라졌다. 질문은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 씨어터'의 중심축인 부부 무용가 인정주와 밝넝쿨에게서 처음 나왔다. 하지만 이번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 기획공연 '댄스를 위한 댄스'를 보니 질문 던지기가 전염된 모양이다. 출연 무용수들 모두가 마음 속에 '나는 왜 춤을 추는가, 춤을 위한 나인가, 나를 위한 춤인가' 등 물음표를 하나 가득 공유한 채 춤을 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연 <댄스 인터뷰> 중 무용수 밝넝쿨(앞)와 인정주(뒤)의 모습.
기획공연 '댄스를 위한 댄스'는 두 가지 소품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에서 <댄스 인터뷰(안무 인정주, 댄스·텍스트 공동작업 인정주, 밝넝쿨)>가 상연됐고 2부에서 <댄스를 부탁해(안무·대본 인정주, 댄스·텍스트 공동작업 정정아, 김은경, 길옥주, 정이수, 주희)>가 관객을 만났다.
 
<댄스 인터뷰>는 말 그대로 인터뷰 형식을 차용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댄스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과 '댄스를 인터뷰 대상으로 삼는다'는 제목의 이중적인 뜻을 모두 살려 안무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사각 무대 위에 무용수 인정주와 밝넝쿨이 마치 대담이라도 하려는 듯 의자에 착석해 있다. 입담 좋은 무용가들답게 인터뷰를 술술 진행한다. 처음에는 인정주가 밝넝쿨을 인터뷰하는 모양새지만 이내 질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각자의 춤 세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어느새 몸의 움직임으로 바뀌고 인터뷰는 마치 춤배틀과 같이 변형된다.
 
<북천에 잠들다>, <미들 스페이스>, <쇼크>, <트랜스포밍 뷰> 등 기존 대표작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동시에 서로 간 작품 스타일을 은근히 '디스'하는 게 관객에게 유쾌한 재미를 준다. 재미뿐만 아니라 날선 질문도 군데군데 스쳐간다. 춤을 창작할 때 창작자의 자유와 관객의 반응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타 장르의 요소를 수용할 때 춤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은 없는가 등 제법 묵직한 질문이 경쾌한 화법으로 오간다.
 
이어지는 <댄스를 부탁해>는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로부터 올해의 베스트 작품으로 선정된 공연이다. 무용수들이 관객을 만나기까지 기나긴 내면의 여정을 거친다는 이야기를 춤에 실었다.
 
판소리꾼 이자람의 목소리를 빌어 무대에는 백설공주 동화가 잠시 흐른다. 이야기는 왕비가 거울을 대면하는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멈춘다. 이윽고 다섯 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춤과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무용수라는 이름의 가면을 망설임없이 벗어제끼기 시작한다.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여자 무용수로서 겪는 애환의 일순위다. 영원한 숙제인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먹고 싶은 욕망을 표현할 때 무용수들은 가장 광포하게 무대를 누빈다. 고민과 애환을 다룬다고 해서 무대 분위기가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달 생활비 28만원, 먹고 살기 위해 부업으로 선택한 K팝 댄스, 무용계의 줄 서기 문화에 대한 반발, 춤추기에는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나이, 무대에 서는 긴장을 달래고자 배운 밸리댄스 등 '슬픈 삶의 이야기'는 '해학적이고 역동적인 춤'을 통해 승화한다.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백설공주 이야기도 마침내 끝을 맺는다. 허리띠로 졸라매여지고, 독사과도 먹게 되는 등 삶의 우여곡절을 겪는 백설공주는 끝내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된다. 공연의 말미 쯤에 가면 무용수들에게 왕자란 다름 아닌 관객임이 눈물겹게 드러난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과 무용수 모두 무대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채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무용공연 중에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 춤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신념을 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끝없는 질문을 함께 하는 사람 모두와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무용수 간의 소통 확률, 관객과의 소통 확률을 높이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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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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