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택트렌즈 가격, 해외보다 60% 이상 비싸

입력 : 2013-03-06 오후 4:40:2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우리나라 콘택트렌즈 가격은 해외보다 최대 60%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내려갔지만 콘택트렌즈 가격은 상승해 가격체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한달간 국내 안경점 157곳과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7개국에서 판매되는 콘택트렌즈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콘택트렌즈 가격이 해외보다 최소 2%에서 최대 64%까지 비쌌다고 6일 밝혔다.
 
소비자연맹의 발표에서 국내와 해외의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제품으로 꼽힌 '에어 옵틱스 아쿠아(Air Optix Aqua: 시바비젼)'의 국내 평균 가격은 5만8214원으로 해외 평균 가격 3만5402원의 1.64배에 달했다.
 
◇에어옵틱스아쿠아, 국내가 1.64배 더 비싸
 
또 '아큐브 모이스트(Acuvue Moist: 존슨앤드존슨)'와 '포커스 데일리즈(Focus Dailies: 시바비젼)', '아큐브 트루아이(Acuvue Trueye: 존슨앤드존슨)', '소프렌즈 데일리(Soflens Daily: 바슈롬)' 등도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11~34% 정도 더 비쌌다.
 
'프로클리어 원 데이(Proclear 1 Day: 쿠퍼비젼)'만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오히려 11% 저렴했다.
 
<자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연맹은 국내 콘택트렌즈 가격이 해외보다 더 비싼 현상은 소수의 외국 제조업체가 국내시장을 독과점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콘택트렌즈는 기술집약적인 제품 특성을 갖고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고, 선발주자인 외국 메이저 제조업체들이 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콘택트렌즈 업계 관계자는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7조6000억원 정도"라며 "존슨앤존슨, 시바비젼, 쿠퍼비젼, 바슈롬 등 4대 메이저 회사가 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소비자연맹>
 
국내시장 역시 이들 외국 업체가 8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인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은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낮은 컬러렌즈 생산에만 치중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외국 업체를 견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인구의 60%가 시력보정 인구로서, 그 중 10%가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며 "높은 콘택트렌즈 비용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 미국·EU산이지만 FTA효과도 없어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수입산 콘택트렌즈는 미국과 EU에서 생산되는 제품이지만 FTA 체결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도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산 제품의 관세는 지난 2012년 8%에서 5.3%로 인하됐고, EU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2011년부터 8%에서 매년 2%p씩 인하돼 현재는 4% 수준이다. 따라서 가격도 관세가 인하된 만큼 내려가야 정상.
 
그러나 수입산 콘택트렌즈의 국내 판매가격에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가격 비교가 가능한 제품 중 소프렌즈 데일리의 개당 가격은 996원에서 1192원으로 약 19.7% 상승했으며, 아큐브 트루아이의 개당 가격은 1490원에서 1496원으로 올랐다.
 
강정화 회장은 "FTA로 인해 관세가 인하됐다면 가격도 내려가서 소비자가 이득을 봐야 한다"며 "콘택트렌즈 시장에서는 관세인하 혜택을 소비자가아닌 외국 제조업체가 가져간 셈"이라며 가격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강 회장 이어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와 마케팅 등으로 비용을 지출한 뒤 이를 판매가격 인상으로 연결하고 있다"며 "실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안경점도 시장 상황에 맞게 판매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을 할 수 있도록 제품 또는 진열대에 최종소비자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또 "소비자 역시 콘택트렌즈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며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로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가격과 사용자 만족도 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소비자연맹과의 조사 결과를 인터넷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콘택트렌즈 가격의 국내외 비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정위가 각종 소비자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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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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