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지 15일로 꼬박 1년이 된다. 한미FTA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통상문턱을 낮춰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물가인하 등 소비자 후생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2006년 6월 협상에 돌입, 7년이 지난 2012년 3월 공식 발효됐다.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가 극심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이 더 앞섰다. 평가 하기에는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이 벌써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더 많아 보인다. 해결한 것보다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더 많은 지금, 한미FTA 1년을 돌아본다. [편집자주]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무역부분 통계다.
FTA 발효 첫 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소폭 증가했고, 수입은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FTA가 초기 단계인 만큼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섣부르다고 입을 모은다.
우려했던 것에 비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도 없었다는 말이다.
14일 관세청과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표된 지난해 3월~올해 1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537억8465만 달러로 2.67% 증가했으며, 수입액은 390억6984만 달러로 7.35%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47억 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 102억 달러와 비교해 흑자규모가 44% 증가했다.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됐지만 이는 수출이 증가한 것보다는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요인이 더 크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대미 수출증가율은 2010년부터 급감하고 있고 2011년 12.8%에 비하면 4.1%는 매우 미미한 증가"라고 평가했다.
수출은 분야별로도 그 성과가 엇갈린다. 특히 한미 FTA 체결시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와 부품간 효과 차이가 분명했다.
(지난해 3월~올해 1월까지)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5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억3000만 달러로 16.5% 감소했다.
그러나 완성 자동차 수입액은 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2% 급증했다. 수출액은 102억2000만 달러로 21%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 자체가 큰 폭(13.4%)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할 경우 수출 증가율에 대한 성과 분석은 시기 상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해운분야는 한미 FTA 특수를 기대했으나, 세계 경기침체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한-미 노선의 항공화물 물동량은 9만9102t으로 전년 동기 11만7873t보다 16% 줄었다. 항공화물도 10만1460t으로 5%(10만3826t)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운화물 수출입 물동량의 경우 같은 기간 1억1014만6979t으로 전년(1억910만7974t)과 비교해 소폭 증가에 그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효과보다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이 더 커 항공 물동량이 오히려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석유제품(18.4%)과 고무제품(8.3%), 기계류(8.1%), 섬유류(5.6%) 등에서 대미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우려가 컸던 농축산물 분야의 (2012년 3월 14일~2013년 2월 28일) 대미 수출액은 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1%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전년 대비 14.6% 감소한 6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관세가 철폐된 김치(29%), 담배(38.7%), 음료(33.5%), 김(38.5%), 참치(150%) 등에서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배(10.4%), 인삼(6.3%)은 감소했다.
또 쇠고기(-20%), 돼지고기(-23.3%), 닭고기(-28.9%) 등 주요 미국산 육류 제품의 수입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오렌지 등 과실류와 와인, 담배 등 일부 기호식품의 경우 다른 농산물에 비해 큰 폭의 수입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15일 한미 FTA 발효 후 지난해 말까지 미국산 오렌지 수입액은 1억4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4% 급증했다.
체리는 같은 기간 8000만 달러로 78% 증가했으며, 호두(21.6%), 아몬드(59.9%) 등 식료품과 담배 및 주류 등 기호식품(33.3%)의 수입도 늘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개방 압력 증대와 더불어 미국산 농축산물의 관세 철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