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새 정부의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부처 공무원들뿐만이 아니다.
퇴임 후 강단으로 복귀하려던 장관은 정부에 발목이 잡혀 있고, 강단에 있던 교수는 학기 중에 갑자기 장관으로 불려나오게 되면서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도 혼란 속에 피해를 입게 됐다.
이번 학기부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복귀하기로 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15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경제정책을 책임지던 박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교수 복직을 위해 수강신청까지 다 받아 두고도 장관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의 일정을 차일피일 연기해 오던 상황.
뒤늦게 내정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마저 불발되면서 강단에 복귀할 날짜가 더욱 불확실해졌다.
성균관대가 배포한 2013학년도 1학기 학사요강을 보면 박 장관은 올 1학기에 70명 정원의 학부수업 1과목과 대학원 수업 2과목 등 총 3과목을 담당하기로 돼 있지만 개강한지 보름여가 지난 15일까지 강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박 장관은 첫 수업 때 학생들에게 인사하러 학교에 왔다가 금방 돌아갔다"며 "늦어도 4월까지는 교수직으로 복귀할 예정이고 그동안 결강한 수업은 방학 때 보강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결과와 무관하게 현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방학일정까지 조정해가며 강의를 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된 셈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낙점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심각한 사정이다. 한 교수는 올 1학기에 소득세법 등 2과목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학기가 시작한 지 보름이나 지났기 때문에 한 교수가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강의 일정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갑작스런 위원장 내정 소식에 학교측도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 놓지 못하고 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관계자는 "한 교수가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수업을 폐강할지 보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게 없다"며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본의 아니게 강단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장관과 장관이 되면 강단을 떠나야 하는 교수들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된 학생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여·26)씨는 "학교에서 한 교수님의 수업 일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준 게 없다"며 "수업이 폐강되거나 다른 강사나 교수가 수업을 잇게 되면 학생들로서는 새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