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MS와 구글을 대하는 삼성전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전통적 파트너였던 MS를 향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스마트 시대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구글에 대해선 여전히 최고의 파트너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신종균 무선사업부(IM) 사장(
사진)은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윈도 기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유럽에서도 윈도 수요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MS 입장에선 불편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혹평이었다. 윈도를 통해 전 세계 PC를 지배한 MS는 최근 야심작 윈도8을 내놓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로의 진출을 모색 중이다. 스마트 기기에 밀려 PC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대응책이다. 현재 노키아만이 MS와 실질적 보조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구글에 대해선 변함없이 우호적 시선을 드러냈다. 신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구글과의 갈등설에 대해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안드로이드를 좋아한다”며 “구글과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최근 연합전선을 형성, 새로운 운영체제(OS)인 타이젠 개발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구글과의 갈등설을 본격 제기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를 양분한 상황에서 구글의 행동대장 격이었던 삼성이 제3의 운영체제 구축에 뛰어든 것에 따른 풀이였다.
신 사장은 “제3의 OS에 대한 수요가 있고, 삼성은 이에 따라 멀티 OS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 있게 대응하는 것일 뿐 구글과의 관계에 이상신호는 없다는 얘기다. 신 사장은 그러면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올해 3분기부터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사장의 해명에도 삼성과 구글과의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구글이 지난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제조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안드로이드를 계속해서 무료 OS로 개방할 리 없다는 얘기는 여전하다. 삼성 등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제조사의 입장에선 구글의 입장 변화를 걱정해야 하는 위치로 내몰린 것이다.
앞서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또한 MS를 향해 이례적으로 공개비판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 사장은 지난 8일 제9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에 선출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PC산업의 위축 원인에 대해 “윈도8이 (이전 버전인) 비스타만도 못하다. 그러니 PC 수요를 진작시킬 모멘텀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MS도 답답한지 서페이스를 내놨는데 수요 자체가 불분명하다”며 “무엇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윈도 플랫폼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MS로선 분명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모욕으로, 시장 지배자로 떠오른 삼성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