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증시가 엔저 추세에 힘입어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은행(BOJ)이 자산매입기금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돌입하며 반년간 주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9월19일 9232.21엔에서 이달 15일 12,560.95엔까지 급등하며 36% 상승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구로다 신임 총재가 조기 추가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며 "일본 증시는 추가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18일 닛케이225 지수가 전일대비 340.32엔(2.71%) 내린 1만2220.63에 거래를 마치며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日 증시,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50% 가까이 '상승'
◇닛케이225 지수 주가 차트(출처: 블룸버그)
닛케이225 지수는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이 초래한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2011년에는 8000대 초반까지 내림세를 보이는 등 바닥을 맴도는 모습을 지속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양적완화 공약을 발표한 이후 일본 증시는 2008년 말 수준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또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첫째 주에는 외국인 순매수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엔을 돌파하는 등 17주 연속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달러·엔 환율은 이번 달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95엔선을 돌파(엔화 가치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해 9월13일 이후 무려 23.9%나 상승한 것이며, 엔화 가치는 3년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 기업들의 세계 경쟁력이 강화돼 혼다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주식이 지난해 9월에 비해 약 30% 가까이 상승하는 등 대표적인 수출주들이 주식 시장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1만2000선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日증시, 내달 1만3500엔선 돌파 전망
구로다 BOJ 총재 내정자의 취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키란 코우쉭 BNP파리바 외환전략가는 "BOJ의 더 강력한 양적완화 조치와 조기 시행에 대한 기대로 엔화 가치의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 한 트레이더 역시 "엔저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엔·달러 환율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당분간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지만 94.50엔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일본 증시가 올해 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은 구로다 신임 총재의 첫 통화정책회의가 있을 다음달에 일본증시가 1만3500엔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당수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해 주식 시장이 1만5000선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즈호신탁은행은 "추경예산의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본 증시 상승세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지난주에 아베 총리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교섭 참가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도 짙어질 전망이다.
도쿄의 한 트레이더는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다"며 "4월부터는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픽텟에셋의 한 주식운용 담당자는 "일본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 나서는 등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증시는 아직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내달 통화정책 회의가 관건..조정 가능성도?
반면 일각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조기 양적완화와 같은 획기적인 조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국채의 거품이 계속 커져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즈로 아츠시 크레디트스위스 부회장은 "구로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며 "자산매입 확대로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일본 국채 버블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달러·엔 환율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증시 랠리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앞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는 "일부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며 "시장은 이미 BOJ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빌 위더렐 컴벌랜드 어드바이저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도 "일본 당국의 부양책이 조만간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엔화 반등과 이에 따른 일본 증시 조정에 대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