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정보' 지하경제 양성화 열쇠될까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FIU 그동안 폐쇄적 운영, 개방해야"

입력 : 2013-03-19 오후 4:58:3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현금거래 정보공유를 둘러싼 부처간 힘겨루기가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초점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확보에 있는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정보공유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18일 열린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신제윤 후보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가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개방해야 한다"며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재원을 확충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도 FIU가 수집한 고액현금거래 정보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과세를 강화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재원을 확보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FIU 정보 둘러싸고 부처별 의견대립 첨예
 
정부가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 유통과 외화유출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1년 설립한 FIU는 마약과 밀수, 사기 등 범죄와 관련됐거나 해외도피 등의 혐의가 있는 금융거래정보를 수집·분석해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등에 제공하고 있다.
 
FIU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집되는 정보는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02년 월평균 23건이었던 정보는 2012년에는 2만7455건을 기록해 무려 2000배가 늘었다. 특히 조세포탈이나 사기, 관세포탈 등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수집한 의심거래 범죄유형>
<자료: 금융정보분석원>
 
문제는 FIU가 그동안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에 수집 정보의 일부분만 제공했다는 점. FIU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FIU가 수집하는 정보는 한 해 30만건 정도지만 이 중 국세청으로 가는 정보는 약 7000건이다.
 
국세청이 FIU 정보에 수시로 접근하고 세무조사에 대한 권한이 강화되면 개인 금융정보와 기업 재무활동이 공개돼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FIU 관계자는 "국세청이 정말 선의를 가지고 불법 자금을 감독하겠다면 굳이 FIU로부터 정보를 얻지 않아도 된다"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 은행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확인하면 될 일"이라고 공유정보 확대 논의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FIU의 정보 수집과 공개에 대한 내용은 특정금융거래보호법에 명시된 조항"이라며 "고액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 등에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세청은 효율적인 세무조사와 징수업무를 위해서는 FIU가 수집한 나머지 정보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FIU 정보 공유로 국세청의 관리감독 기능 커질 전망
 
이런 상황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융위 산하 FIU의 정보공유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금융의 투명성 확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확보 취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FIU 정보 빗장이 풀리게 되면 불법 혐의가 있는 자금에 대한 관리감독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추산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약 264조원으로 올해 예산인 342조원에 버금간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체납세금이 매년 6조~7조원 규모"라며 "체납액을 반만 거둬도 정부가 올해 무상보육에 편성한 예산(3조4700억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난주 발탁된 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약 1년간 FIU 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업무체계>
<자료: 금융정보분석원>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국세청은 FIU가 수집한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 받아왔기 때문에 효율적인 세무조사가 어려웠다"며 "FIU와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체납은 물론 불법자금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 지하경제 양성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정보를 과도하게 공유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참여연대 재정조세개혁센터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할 책임이 있다고 해서 탈세·체납 의혹만으로 관련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신제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FIU 정보를 개방한다고 해도) 개인의 금융거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정보를 국세청 등에 완전히 개방하지는 않겠다"며 FIU 정보 공유에 관한 부처별 의견 조율과 수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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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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