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10년)④5년전이나 지금이나.."소비자 입장서 규제 재검토"

(특별기획)25%룰 점진적 완화..4단계 도입도 검토해야

입력 : 2013-03-28 오후 1:00:00
[뉴스토마토 이지영·이종용기자] 국내 도입 10년차에 접어든 방카슈랑스는 완전한 모델이 아니다. 은행, 보험,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의 충돌로 인해 본래 일정이 조정됐으며, 각종 규제에 묶여있다.
 
은행업권에서는 점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보험업권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규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서로 상반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
 
◇국내 방카, 4단계중 3단계서 '스톱'
 
국내 방카슈랑스의 시계는 2008년에서 멈춰있다. 지난 2003년 8월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저축성보험과 질병·상해보험 등 제3단계 보험에 한해 방카슈랑스 영업이 단계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2008년 4월 일반 개인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의 판매도 허용하는 '방카슈랑스 4단계'를 시행키로 했으나 보업업계의 반발로 결국 철회됐다.
 
국내 방카에 대한 규제에는 보장성·자동차보험 판매금지 등 상품 제한 외에도 방카슈랑스 25%제한과 영업점 판매 인원 제한도 있다. 방카슈랑스 25% 제한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각 은행들은 특정 보험사 상품의 판매비중이 25%가 넘으면 상품판매를 중지하거나 다른 회사의 상품을 팔아 해당 상품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현재 방카슈랑스 제휴계약을 원하지 않는 외자계 보험사 1개사를 제외한 모든 보험회사들은 국내 시중은행과 방카슈랑스 판매제휴를 맺고 있다.
 
  
은행권은 불황 속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 보전 차원에서 방카 25% 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예대마진 감소, 각종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은행 상품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판매를 늘려 수수료 수입이라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행 방카슈랑스 25%룰이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모든 생보사 상품은 각 은행마다 판매실적의 25% 이상 팔지 못하는 25%룰을 적용받고 있다. 단,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농협생명에 대해서는 방카슈랑스 25%룰을 적용하되, 같은 계열사 은행과 단위조합에서는 25%룰을 5년간 적용받지 않는 상태.
  
현재까지의 방카슈랑스 시행결과를 평가해보면 방카슈랑스 도입 전 우려했던 문제들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반면, 도입 기대효과가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 및 대리점의 대량 실직사태가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불완전판매 등의 피해도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
 
◇`소비자 선택권 확대` 도입취지 살려야
 
결국 금융전문가들은 과도한 방카슈랑스 판매규제로 인해 금융서비스 개선 및 소비자 편익 증진 등 본래의 기대효과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A은행 방카슈랑스 담당 관계자는 "방카 25%제한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이 제한되고 있다"며 "특히 25%제한은 은행-보험사간 불필요한 제휴관계를 양산하고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업점 내 보험 판매인원을 2명으로 제한한 판매인원 제한은 이미 규제 위원회으로부터 철폐를 권고한 바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는 제도 도입 초기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기적 제도 정착과 활성화를 위한 일관된 정책을 통해 보험소비자 위주의 제도를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금융업종이나 금융종사자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금융정책의 일관성 및 목표에 근거한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을 비롯해 각종 보험 유관기관에서는 현행 방카슈랑스 25%룰을 포함한 규제는 업계 간 형평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5%룰의 취지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우월적 지위를 견제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되자 은행들은 자체적인 상품만 판매해서는 수익성 전망이 어둡다 보니 수수료가 높은 방카슈랑스 상품에 집중하기 위해 25%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카슈랑스 25% 룰이 폐지된다면 소비자는 여러 상품을 비교 분석할 수 없고 양질의 상품을 가진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판매를 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판매 비중 25%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은행이 다른 보험사를 배제하고 자회사 상품만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방카채널의 중요한 장점은 보험가입자의 높은 접근성과 함께 독립채널로서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카룰 폐지나 단계적 완화시 방카슈랑스 채널이 독립보험대리점으로서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영국 IFA의 경우에도 독립성 확보를 위해 단일 보험회사로부터의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의 3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위한다면 4단계 도입해야"
 
국내 방카슈랑스는 2008년 4월1일 보장성보험(종신보험과 CI보험, 자동차보험)으로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보험업계의 반대에 가로막혀 시행 직전 국회에서 철회됐다.
  
금융업계에서는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설계사 조직 등과 관련된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이 제도의 시행을 유보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험사 및 설계사들은 아직도 25%룰이 폐지되고, 방카슈랑스 4단계로 확대 시행되면 영업조직의 이탈, 대리점채널 붕괴, 불완전판매 증가 등 문제가 크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에서는 그러나 "손해보험사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채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방카가 판매 채널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도 무색해지고 있다"며 "보험사들의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기준 생명보험업계의 방카슈랑스 불완전판매율은 0.38%로 텔레마케팅(1.64%)과 다이렉트(1.53%) 채널보다 오히려 낮았다. 손해보험의 불완전판매율도 방카슈랑스가 더 낮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방카슈랑스 25%룰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의 보험상품 선택에 제한이 있어왔고, 방카슈랑스 4단계 철회로 인한 보험료 절감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방카슈랑스 취급 상품을 제한하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금융소비자들이 당초 4단계 개방 상품에 포함됐던 종신·정기보험 등 고객 대상 종합자산관리에 필수적인 상품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판매 상품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장성보험 판매를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또 다른 신규 채널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리즈기사는 4월5일(금)과 12일(금) 낮 12시30분 토마토TV를 통해 특집프로그램 `토마토스페셜 1·2편`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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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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