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중국고섬 결국 '상폐' 되나..남아있는 쟁점은

입력 : 2013-03-26 오후 5:41:12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올해 상반기중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될 경우 2년여에 걸친 중국고섬의 악몽은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장과 거래정지, 폐지를 둘러싼 소액주주와 주간사, 한국거래소간의 분쟁은 여전히 차이나디스카운트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노포비아 대명사..2년만에 상폐 앞둬
 
지난 2011년 1월 25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예탁증서(DR, 1DR=20주)로 상장했던 중국고섬은 2달여뒤인 3월 21일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 시장에서 매도물량이 대거 쏟아지며 주가가 24%나 급락하자 현지 거래소측이 조회공시를 요구해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도 하루 뒤인 22일 거래를 일시 중지시켰다.
 
이후 감사인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이 중국고섬 자회사(절강화항척륜제조 유한공사, 복건신화위화섬염직유한공사)의 감사요청에 대해 '의견 거절'을 내놓자 SGX는 거래중지를 매매거래 정지로 확대했다.
 
은행잔고로 남아있어야 하는 1600억원의의 자금을 확인할 수 없는 등 부실이 계속된 상황에서 상장 폐지사유인 감사의견 거절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중국고섬은 이후에도 SGX에 정기 주주총회 개최 시한의 연장 요청과 매각설에 휩싸이며불투명한 회생 가능성을 보여왔고, 2011년 10월 국내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도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내림에 따라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는 중국고섬의 상폐사유 발생에 따라 지난 2011년 11월과 지난해 4월 상장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원주 발행시장의 상장폐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매매를 통한 상장폐지에 나설 경우, 국내의 KDR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상폐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중국고섬은 상장이전인 2009년 3386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 2011년 536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74억을 기록했다.
 
상장당시 30%를 뛰어넘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에는 3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공모전 2100억원의 공모자금을 더해 5300억원(2010년 자산 3200억원)에 달했던 자산규모는 552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었다.
 
 
◇중국고섬, 남아있는 문제는
 
중국고섬의 문제는 크게 분식회계 가능성과 불명확한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 타당성과 이를 둘러싼 국내외 기관의 적절한 실사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소액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 직전 중국고섬의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당시 10%내외에 그쳤던 국내 화섬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공모주관사와 거래소가 분식회계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을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해배상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현재에도 실사 과정에서의 부실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투자자들은 총 389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화섬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화상프로젝트' 진행에도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중국고섬 투자자들은 "중국고섬이 고기능성 폴리에스테르(PET)칩 생산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관사와 한국거래소가 명확한 실사없이 무리한 해외기업 유치에 나섰고, 원주 발행시장에서의 조치사항에도 미진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야기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가 중국내 은행에 예치했다고 하는 1600억원의 예금잔고에 대한 확인이 없었다는 점도 실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모를 주관했던 KDB대우증권은 "국내외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하는데 그칠 수 밖에 없었고, 실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주간사가 회계감사를 통과한 기업의 은행잔고를 일일히 확인하는 경우는 없다"며 "회계실사에 대한 부실 논란은 실제 진행사항과는 다른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화상프로젝트는 계획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현재 1단계 완공을 끝마쳐 8월중 실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은 "내달 손해배상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 거래재개와 별도로 법적책임에 대해서는 충실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상장전 감사보고서에서 부실을 지적하지 못한 회계법인의 부실을 제쳐두고 주간사의 책임만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DB대우증권은 법원의 판결이후 관련 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 시장에서의 거래 정지를 적절하게 인지하지 못해 시장의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받은 거래소측도 "SGX의 거래정지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즉각 조치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일부 IPO 전문가들도 "주간사나 거래소의 책임을 무조건 두둔할 순 없지만, 현지 실정법과 국내법상 적용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실사 과정상 국내기업과 같은 (수준의) 실사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실제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중국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 해당기업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프로세스와 네트워크가 부재한 상황에서 주관사가 완전히 법적책임을 지게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 재개와 별도로 2년여간 투자손실을 본 중국고섬 투자자들의 국내 주간사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내달 26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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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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