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유미기자] 한국 주식시장에는 특정 국적에 대한 제노포비아가 있다. 유독 중국계 기업들이 평가절하 받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다.
지난 2007년 8월 17일
3노드디지탈(900010)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모두 16개 중국기업의 국내 증시에 상장됐지만 연합과기, 성융광전투자, 코웰이홀딩스가 상장폐지되면서 현재 13개 기업만이 상장된 상태다.
상장한 외국계 기업들 중에서 유독 중국기업들이 주목받게 된 원인은 불투명한 정보에 있다.
중국고섬(950070)는 지난 2011년 3월 상장된 지 두달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후 2년이 넘는 현재까지 거래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연합과기와 성융광전투자는 지난해 9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됐다.
불투명한 기업정보로 발생한 악명높은 사례들에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확산되고 굳혀지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고정변수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증시에서 기대감을 낮춰가는 중국기업들도 등장했다. 최근 3노드디지털은 자진상장폐지를 결정했고, 지난 2011년 이후 중국기업의 기업공개는 단 한건도 없다.
◇중국고섬, 불투명한 정보·회계의 대명사
중국고섬은 지난 2011년 3월 불투명한 자회사 회계처리로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면서 한국증시에서도 상장 2개월만에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2년 동안 거래정지 상태로 있으면서 투자자들은 발목이 잡힌 상태다.
당초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것은 기업회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감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11억위안으로 기재됐던 은행잔고가 실제로는 9300만위안 수준이었다고 확인했다. 이후 감사인인 언스트 앤 영(Ernst&Young)은 감사요청에 대해 '거절'을 내놓았고, 이후 국내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도 감사의견 '거절'판정을 내렸다.
이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요건이 성립되지만 한국거래소는 거래정지 처분만 내린 상태다. 주식예탁증서(DR)형태로 상장됐기 때문에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처분이 결정되지 않는한 한국거래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고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중국고섬의 상장을 추진한 한국거래소와 KDB대우증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지만, 상장 주관사 등도 현지 회계인의 감사의견을 검토했을 뿐 오히려 불충분한 정보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고섬 사례에서 드러난 국경을 넘어선 정보 불통은 다른 중국기업들에게도 여전히 부담이다.
중국고섬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가 중지된 당시에도 한국거래소는 이 사실을 제 때 알지 못해 그 다음날에도 한 시간 가량 거래가 계속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중국고섬의 국내 대행업체로부터 거래중지 요청이 있을 때까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연합과기·성융광전투자, 감사의견 논란에 이은 상장폐지
국내 증시의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폐지된 연합과기도 불투명한 정보로 상장기간동안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2008년 12월 상장 이후 지난해 8월까지 두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네차례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해 조회공시가 요구됐다.
또 2010년 9월 상장 이후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된 성융광전투자도 감사의견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담당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은 성융광전투자가 수출 판매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감사의견 '거절'로 발표했다.
반면 성융광전투자 측은 당시 판매 계약서 원본을 구비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발했으나 감사의견은 바뀌지 않았다.
◇3노드디지탈, 자진상폐 신청..차이나 디스카운트 피해가나
국내 증시에서 중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중국기업들도 한국 증시에 대해 기대감을 줄이고 있다.
지난 14일 3노드디지탈은 국내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며 자진 상폐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에 나설 중국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1년 6월
완리(900180) 이후 중국기업 기업공개는 한건도 없다.
지난 2011년 7월 교보증권이 대표주관사로 나선 친환경 석유화학 중간재 제조전문기업 강소장삼각정세화공유한공사도 이후 상장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의 정보공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한국 증시에서 중국기업을 만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