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미국의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글로벌 경기 회복속도가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꾸준한 확장세를 이어가던 미국 제조업 지표가 4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또 이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 지표 역시 예상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다만 일본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는 전달에 비해 소폭 개선되며 순풍을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회복 속도와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美 제조업 지표 4개월만에 '하락세'..中·日은 예상 '하회'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3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와 전달의 54.2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9.5를 기록한 이후 3개월간 이어가던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도 악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신규주문지수는 57.8에서 51.3으로 하락했으며, 특히 재고지수는 51.5에서 49.5로 악화돼 50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 지표 역시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를 보여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빠른 회복을 예상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제조업 PMI는 전달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한 50.9를 기록해 사전 전망치인 51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같은날 HSBC가 발표한 3월 제조업 PMI 역시 전달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한 51.6을 기록했지만 지난주 공개된 잠정치와 예상치인 51.7에는 못 미쳤다
일본의 1분기 대형 제조업체 경기실사지수(단칸지수) 역시 전분기 -12에서 개선된 -8을 기록했지만 전문가들이 앞서 전망했던 -7은 밑돌았다.
◇美 시퀘스터 여파..경기 회복세 '적신호'?
전문가들은 미국 제조업 지표의 악화는 미국 정부의 예산감축, 이른바 '시퀘스터' 여파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니퍼 리 BMO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ISM 지수의 하락은 기업들이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지출의 감축을 우려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말했다.
밀란 멀레인 TD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제조업 지표에 시퀘스터와 세율인상 등의 여파가 반영됐다"며 "이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1분기 말부터 탄력을 잃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3월 한달 결과만을 가지고 경기 회복세가 둔화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슈야 샤피로 MF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SM 지표의 하락세는 단지 지난 한달 간의 현상일 뿐 올해 첫 3개월간의 흐름을 고려하면 제조업 경기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 같은날 발표된 2월 미국 건설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시퀘스터 여파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을 민간 부문이 상쇄해주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가이 레바스 투자전략가는 "정부 지출 감소 여파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이 상당히 안정적임을 보여 준다"며 "제조업 일부 영역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전반적인 경기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소비지출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3%대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中·日 제조업 경기 전망 의견 '분분'
중국과 일본의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히 엇갈리고 있다.
HSBC 역시 특히 중국의 경우 제조업체의 생산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경제전망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왕정 징시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 제조업 PMI는 중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기는 하나 그 강도가 기대했던 것보다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또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알리스테어 썬튼 HI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보다는 경기 상황이 개선된 것은 확실하다"며 "하지만 중국 경제는 부동산과 그림자 금융(셰도우뱅킹) 규제와 같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1~2월 산업생산은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해 중국 경기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 중국의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골드만삭스 등이 통계수치의 정확성을 문제삼고 있는 상황이다.
리안핑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와 해외시장 모두 수요가 악화되고 제조업 부문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하지 않아 1분기 중국 산업생산 지표는 부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경기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장리췬 중국물류구매협회 애널리스트는 "3월 신규주문과 수출주문 등 지수가 높아졌다"며 "미래 변화방향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은 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1분기 제조업 경기는 3분기 만에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단칸지수가 기준점인 0을 6개월 연속 상회해 제조업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나오 코스케 HSBC 외환담당 대표는 "엔저 효과로 일본 기업들의 경제 판단이 개선됐으나 실질경제가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3개월 후 제조업 경기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업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은 2분기 제조업 단칸 지수 전망을 -1로 이번 분기에 비해 7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2분기 비제조업 전망 역시 3포인트 상승한 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