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악법일까?

입력 : 2013-04-02 오후 5:28:3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을 보유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집은 삶의 터전이자 가족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공간이기 때문이죠.
 
집 한 채를 갖는 것은 서민들 평생의 꿈이고, 자녀에게 물려줄 집 한 채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평생을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로 꼽히기도 합니다.
 
'월세'가 일반화돼 있는 외국과는 달리 '전세'라는 제도가 정착돼 있는 것도 집을 단순히 거주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특색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특색은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물을 낳기도 했습니다.
 
집을 거주 목적이 아닌 재산 증식의 목적으로 삼으면서 투기가 발생하고, 여기에서 파생되어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계부채 문제로까지 번지게 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출규제나 세금을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규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있는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데요.
 
참여정부시절 집값이 급등하고 투기수요가 급증할 때 규제대책으로 나온 제도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으니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에 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방안을 포함시켰는데요.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에는 이 제도가 정말 폐지될지가 관심거리라고 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 경기가 좋을 때 만들어진 제도는 폐지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단순한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만은 않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이름 그대로 집을 여러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더 매기는 것이니까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 즉 집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얘기니까요.
 
이명박 정부에서 5년 내내 이 제도를 폐지하고자 했지만 부자감세 논란 끝에 폐지는 못하고, 결국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은 깎아주되, 제도는 유지하는 중과제도 유예가 도입돼 현재까지 시행중인 것도 같은 이유에섭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이제는 불필요한, 과도한 규제일까요.
 
실제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는 일반 양도소득세율(6~35%)에 더해 최고 60%까지 세율을 적용받는 무시무시한 세금규제입니다.
 
1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60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니 가히 살인적인 세율이라고 볼수 있죠. 월급 100만원 중에서 60만원을 세금으로 떼어간다면 아마 국적을 바꿀 사람들 천지일겁니다.
 
다만 이런 고세율은 근로소득자와는 달리 집이 많은 사람들, 두 채 혹은 세 채 이상 보유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얻는 이른바 불로소득에 대한 규제라는 겁니다.
 
단지 집을 사고팔아 집값의 차액을 챙기는 불로소득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겁니다.
 
사실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이 있을 때만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져서 양도차익이 적으면 낼 세금도 적어집니다. 5억에 집을 사서 5억에 판다면 양소소득세는 0원입니다.
 
집을 살 때보다 팔 때의 값이 더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 같은 경우는 더더욱 해당사항이 아니죠.
 
또 집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라는 제도를 통해서 양도세를 적게 낼 수 있는 혜택도 있고, 최근에는 집을 여러 채 굴리면서 수익을 얻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제도까지 생겨서 사실 다주택자로 양도소득세를 중과받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어차피 올해말까지 제도가 유예돼 있어서 제도의 존재 자체가 의미없으므로 폐기하자는 의견도 내 놓고 있는데요.
 
반대로 보면 의미없는 선언적인 규제조치를 굳이 나서서 폐지하려는 이유도 궁금하긴 합니다.
 
뛸 때 너무 뛰어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는 지금도 여전히 높은 집값 때문에 집 사기가 두려운 서민들은 이런 규제마저 없다면 나중에 다시 집값이 오를 때 불로소득을 챙기는 집부자들 때문에 더 허탈하지는 않을까요.
 
서민들에게는 꿈만 같은 내집이지만, 이미 집을 수십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전세나 월세집에서 생활하는 서민들에겐 눈이 휘둥그레질 이야기지만 국세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 주택보유수는 5.4가구에 달하고, 이런 임대사업자들의 임대수입은 연간 약 6500만원에 달합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40대 임대사업자가 무려 2100가구가 넘는 집을 세를 놓고 있다는 사실도 유명하죠.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집을 여러채 가지고 짭짤한 임대소득까지 올렸다면 그걸로 만족하시고, 양도차익의 일부 정도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세금으로 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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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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