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계약"..24시간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

본사와 불공정계약으로 피해 속출..2일 국회 증언대회, 법 개정 `주목`

입력 : 2013-04-02 오후 6:30:09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근접 출점으로 인해 매출이 점점 떨어졌고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져 폐점이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었습니다. 어렵게 폐점 결정을 한 거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폐점을 결정했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밤낮으로 일한 결과가 6000만원이라는 빚이 추가되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2010년 가을부터 진주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한 A씨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조정 신청을 넣었지만 위약금을 갚기 위해 사채라도 써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출도 더는 못 받는 상황에서 그에게 남은 건 1억2000만원이란 빚.
 
당초 본사 개발팀 직원이 ‘2~3년 전부터 시장조사를 전부 마쳤고 한달 500만원을 최저보장해주겠다’는 이야기에 넘어가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 받아 시작했지만 인건비를 건지기도 힘들어 하루 15시간씩 근무한 결과다.
 
본사가 A씨 매장 가까운 곳에 세븐일레븐 중앙점을 열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A씨는 결국 2년 반 만에 운영을 접었다.
 
5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본사는 그에게 폐점 위약금 6000만원을 요구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편의점 점주들의 피해자 증언 대회’는 이 같은 사례가 차고 넘쳤다.
 
대표적으로 ▲본사가 무분별하게 혹은 보복성으로 인접한 거리에 똑같은 브랜드를 출점하는 사례 ▲폐점을 원하지만 과도한 해지위약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례 ▲본사가 먼저 이익금 35%를 떼어가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벌지 못하는 사례 ▲허위·과장 정보, 가맹계약 체결 과정의 불공정함으로 피해 입은 사례, 심지어 ▲암에 걸렸는데 24시간 심야영업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현재 공정위는 `편의점 간 거리를 250m`로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고시생과 대학생이 몰려 사는 서울 신림동에는 편의점이 모두 108개인데 골목 하나만 돌아가면 곧바로 1~2개가 보일 만큼 밀집된 데다 같은 브랜드가 10m도 안 되는 거리에 함께 있는 경우도 잦다.
 
이는 결국 편의점의 매출 하락과 점주들 적자로 이어진다. 문제는 계약상 점주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세븐일레븐이 운영상 문제를 점주가 외부로 발설할 경우 3억원을 물어내도록 서약서를 강요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이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편의점 문제로 접수한 분쟁 사건은 모두 223건으로, 공정거래조정원은 분쟁 현황을 하나씩 접수하지만 실제 불공정행위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점주들도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한발씩 움직이는 양상이다.
 
가칭 ‘전국 편의점 가맹점 사업자 단체 협의회’는 참여연대, 민변 등과 손을 잡고 2일 국회에서 연 증언대회를 열고 정치권의 대책을 촉구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맹계약서를 가맹계약 체결 7일 전에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토록 하고 체결일로부터 14일 안에 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재화 내용이 다르게 나타나면 영업개시일부터 3개월 안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불공정한 거래행위 유형에 영업시간을 못 박아서 심야영업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고 가맹점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한 경우 본부의 기대수익상실액을 위약금에 포함시키는 등의 과도한 위약금 설정도 금지했다.
 
특히 공정위 역할에 강제성을 부여해 점주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민 의원은 가맹계약서를 공정위에 사전등록토록 해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건이 있을 경우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했고,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 한해 공정위뿐 아니라 누구나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민 의원은 "편의점 불공정 문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현대판 지주·소작 관계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서 정치권이 편의점 점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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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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