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소비의식이 만들어낸 영국카드시장

직불카드 결제비중 70% 넘어

입력 : 2013-04-03 오후 2:19:39
[런던(영국)=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런던 시내의 한 스타벅스. 이곳에서 우리나라처럼 할인 혹은 사이즈업 혜택이 있는 카드를 찾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런던의 극장, 커피전문점, 식당 등에서는 결제 시 할인되는 카드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볼 수 없다. 결제 시 포인트 적립이나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는 이벤트 문구도 전무하다.
 
영국은 60%에 달하는 결제가 카드를 통해 이뤄지며, 소비자들은 혜택을 얻는 수단이 아닌 결제의 편리성을 위해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5년간 영국 런던에서 생활했던 한국인 이 모씨는 "소액 결제는 현금으로하지만 나머지는 카드로 계산한다"며 "카드를 이용하는 것은 한국처럼 혜택 때문이 아니라 현금보다 결제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카드란?
 
영국에서 카드는 은행업을 위한 하나의 '서비스'다. 영국의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직불카드 은행계좌를 열면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발급이 주수익원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가맹점수수료, 부가서비스 축소 등 카드관련 이슈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와 달리 영국의 카드시장은 조용한 모습이다. 카드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전업카드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8곳의 전업카드사가 경쟁을 벌이는 우리나라와는 대조된다.
 
카드혜택은 극히 미미하며, 신용카드, 직불카드(Debit), 현금영수증 등에 따른 정부의 소득공제 지원책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현금이 아닌 카드 결제 시 영국 가맹점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추가수수료(surcharge)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고객 역시 결제의 편의성을 누린 만큼 대가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영국 소비자에게 카드는 '편리한 결제수단'인 셈이다.
 
◇英 대표 결제수단, 직불카드
 
영국의 카드 결제 가운데 가장 이용이 많은 것은 직불카드로, 그 비중은 우리나라의 체크카드와는 정반대다.
 
영국카드협회(UK Card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결제 거래금액 가운데 직불카드 비중은 72.2%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이용 비중은 17.3%에 불과했다.
 
직불카드가 영국의 대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국민들의 현명한 소비 인식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신용카드는 빚'이라는 국민 인식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리처드 코치 영국카드협회 고위간부는 "영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는 빚', '직불카드는 현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직불카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금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한켠에 자리한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더불어 직불카드 이용 시 대출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용카드로 항공기, 기차 등 교통수단을 결제할 경우 부과되는 추가수수료를 직불카드 결제 시에는 면제해주는 유인책도 직불카드 활성화에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영국카드협회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느냐 보다 얼마나 건전하게 사용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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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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