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SPA' 이랜드, 중국에선 고급패션

입력 : 2013-04-03 오후 4:23:49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이랜드가 한국과 중국에서 정반대의 가격 정책을 펼치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속적인 SPA 브랜드 확장으로 저가 패션 전략을 유지하고, 중국에서는 고급 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유럽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고 이들 브랜드를 중국 현지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는 국내에서 스파오와 미쏘, 미쏘 시크릿, 슈펜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SPA 브랜드를 론칭하고 후아유, 로엠 등 기존 브랜드들을 SPA 형태로 전환하는 등 저렴한 패션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티니위니, 이랜드, 스코필드 등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해 매년 30~40%씩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와 중국 패션 부문 매출은 각각 2조원으로 동일했지만, 제품별 가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폴로급 대접을 받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의 체크무늬 셔츠는 한국에서는 4만9000원에 판매되지만 중국에서는 한화기준으로 1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여성 정장도 100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
 
◇중국 상해 빠바이반에 있는 '티니위니' 매장. 국내 매장보다 제품가격이 3배 이상 높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들이 명품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기존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고급 제품으로 분류가 되긴 하지만 명품 브랜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이랜드도 준명품 브랜드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없는 준명품급 브랜드들을 인수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인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중국의 고급 패션 시장을 겨냥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라리오, 벨페,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등을 인수했다.
 
생산원가가 높은 이들 브랜드의 유럽 현지 생산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프리미엄 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상하이, 베이징 등에 만나리나덕 매장 5개와, 코치넬리 매장 6개, 벨페 매장 11개 등이 오픈한 상태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바꾸기 어려운 명품 브랜드인 만큼 추가 매장 오픈은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이랜드의 이같은 투트랙 전략에 대해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가까운 나라인 만큼 중국 소비자들이 이랜드의 이중적인 가격 정책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원단이 다르다 해도 같은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면 민감한 고객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랜드가 국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울렛 등 할인점을 중심으로 저렴한 브랜드들을 선보여왔기 때문에 국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면도 있다"며 "중국에서의 전략이 이랜드가 현지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이자 일종의 자신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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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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