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5원 오른 1123.0원 출발해 전 거래일보다 6.3원 오른 1123.8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역외 달러 매수와 이월 네고(달러 매도)물량 유입 등으로 1120.5원까지 저점을 낮췄지만 재차 상승해 1125.7원 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는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된 이유로 북한 리스크를 지목했다.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최첨단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괌 기지에 투입한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됐기 때문이다.
오보로 밝혀졌지만 장중에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에 개성공단 폐쇄 우려가 더해진 점도 환율 레벨을 끌어올렸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지고 미국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간 북한 도발에도 안정세를 보이던 CDS 프리미엄도 80bp를 상회하는 등 6개월 래 최고치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북한 관련 불확실성과 함께 현대·기아차 리콜사태로 국내 유가증권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점도 환율 레벨을 끌어올렸다.
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3760억 가량 순매도했다”며 “대북 불안요인 등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190만 대 가량의 차량을 리콜한다는 소식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주가가 많이 빠졌다”며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여 1120원대 지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흐름이 꺾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추가 약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환율 레벨을 끌어 내릴 만한 요인도 딱히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종석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이 2년 내 물가 2% 인상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엔화 약세 기조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내외 모멘텀이 원·달러 환율 상승에 우호적인 상황이라 당분간 상승 흐름을 꺾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도 “환율이 1120원대에 올라선 이후에는 고점네고나 달러매도 유입이 예전보다는 약해진 상황”이라며 “대내외적으로 상승요인이 강해 1120원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