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눈만 뜨면 새로운 금융사기 기법이 나오는 시대다.
보이스피싱은 이미 구식이 돼 버린지 오래다. 은행 홈페이지와 똑같은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빼내가는 파밍(Pharming)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심는 스미싱(Smishing)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에는 카드사의 이메일 명세서를 위장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려는 피싱 시도가 소비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번 카드 명세서 사칭 피싱시도와 관련해서는 200여건의 상담신고만 있었을 뿐 실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 등 해당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언론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피싱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은 박수칠만한 일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피싱이나 파밍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주의보 발령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초 금융당국과 경찰청의 파밍 합동경보 소식을 홈페이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발빠르게 전달했다. 대형 카드사들도 지난 2월 중순 피싱과 파밍, 스미싱 등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긴급 공지를 소비자에게 발송했다.
마치 당하면 고객 책임이라는 듯. 결과적으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파밍 피해자가 입은 금전적 손해에 대해서 자발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70% 한도에서 피해자와 손실액을 분담하는 방안을 금융감독원이 제안하자 은행들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는 고객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충분히 알렸으니 금융사로서도 할일을 다 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피싱이나 파밍같은 금융사기 피해의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넘겨버린 피해자에게 있다.
그렇지만 은행 홈페이지와 똑같이 생긴 홈페이지를 통해서, 늘 보던 카드사의 명세서를 통해서 피해를 당한 경우 이를 모두 소비자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면 모두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법.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물리려는 금융사의 태도는 잘못이다. 사전경보만 잔뜩 날리고 이후에는 팔짱을 낀 채 뒤로 물러나 있는 금융사들의 태도는 뻔뻔하다.
명색이 금융사라면서 번번이 보안이 뚫리는데 누가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한단 말인가. 철면피와 다를 바 없는 금융사의 일면을 요즘 자주 보게 된다. 다시 그런 모습을 보지 않기 바란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깨우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