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글로벌 경기부양 속도전..그 효과는?

입력 : 2013-04-05 오후 5:59:58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세계 주요국들이 침체된 자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는 가운데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일본이 고질병인 경기침체(디플레이션)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강력한 자산 매입 정책을 내놓자 미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로 증시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나 시장에 거품을 양산할 뿐 실제 경제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JP모건체이스의 분석을 인용해 일본과 미국,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日 통근 양적완화..금융시장 '환호' 속 부작용 우려도
 
지난 4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BOJ) 총재는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강력한 양적 완화책을 발표했다.
 
물가 상승률 2%를 2년 안에 실현하기 위해 매년 60조~70조엔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어 50조엔의 장기채권을 사들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발표가 나오자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전일 엔화 가치는 200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97엔대를 돌파하며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어 이날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장중 한때 3.8% 상승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만3000선을 넘어섰다.
 
◇4~5일 닛케이 225 주가 지수 차트 <출처 : CNNMoney>
 
제스퍼 콜 JP모건증권 일본 주식시장 담당자는 "성장에 대한 신뢰를 얻게됐다"며 "향후 15~18개월 이내에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1%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증시와 엔화가 BOJ의 과감한 양적완화 행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음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BOJ의 행보에 우려의 시각을 쏟아냈다.
 
이날 미국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추진하는 조치는 대단히 위험하다"며 통화가치(엔화) 하락은 눈사태처럼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내 경계의 목소리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준이치 마키노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대한 경제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BOJ 조치가 나중에 실패로 판명나 중앙은행의 주임무가 양적완화를 자제하는 것으로 각인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美 양적완화..증시만 살리고 고용엔 도움 안돼
 
미국의 양적완화도 비판에 직면했다. 양적완화가 증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용을 창출하는 등 실물 경제 성장에는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양적완화 덕분에 미국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34포인트(0.41%) 상승한 1569.19로 마감하며 지난 2007년10월 9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565.15를 4.04포인트 차이로 경신했다.
 
데이비드 조이 아메리프라이스 파이낸셜 최고시장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이 S&P500 지수 랠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연준의 발표는 S&P500지수 등락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와 생각이 달랐다. 이날 엘 에리안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데 성공했지만 경제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시장이 문제로 지목됐다. 연준이 실업률 6.5% 이하를 목표로 돈을 시중에 풀고 있으나 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7.7%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가 윌버 로스는 "연준의 양적완화로 주식·채권시장에 버블이 형성될 것"이라며 "또 미국 경제가 직업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8만5000건으로 전주의 35만7000건과 전문가 예상치인 35만건 모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 일단 금리 동결..그러나 마음은 찜찜
 
이처럼 일본과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면서 자국 경기를 부양하자 유럽 또한 마음이 급해졌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BOJ의 강력한 양적완화 조치가 유로화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지난 4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0.75%로 동결하면서도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또 드라기는 "유로존 금리가 역대 최저치에 근접한 상태이나 여전히 일본과 미국, 영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환율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분명히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며 "그가 사용한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말은 전임인 진 클라우드 트리셰가 금리를 낮추기 전에 사용하던 어법"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ECB가 1년 전 내놨던 3년 만기 장기대출(LTRO)과 유사한 정책 혹은 국채 매입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럽까지 가세해 자산매입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 CEO인 엘 에리안은 이날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비효율적인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는 속도를 내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본은행(BOJ) 등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은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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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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