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베이비부머를 잡아라"

은퇴연구소 속속 설립..베이비부머 유치 '박차'

입력 : 2013-04-09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증권업계가 은퇴연구소 설립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등 은퇴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예금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은퇴자를 유치하기 위해 증권업계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본부 소속의 퇴직연금연구소를 개인고객그룹 내 '은퇴설계연구소'로 조직을 변경했다.
 
'퇴직연금과 은퇴시장 리서치', '은퇴자산 컨설팅과 인프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은퇴자산시장에서 선도적으로 영업을 지원하겠다는 것 외에도 심도 깊은 은퇴설계 연구자료 발간, 은퇴시장과 연금상품에 투자자 교육을 한층 강화해 바람직한 은퇴설계 컨설팅의 나침반이 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올해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이 '연금저축계좌'로 통합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은퇴설계연구소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대한 종합적인 은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보다 앞서 올 초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증권과 생명 소속의 퇴직연금연구소와 미래에셋자산운용 소속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를 미래에셋은퇴연구소로 통합 출범했다.
 
기존 미래에셋 퇴직연금·투자 연구소의 소장직을 겸직하던 강창희 소장이 퇴임함에 따라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사장 체제로 일원화해 인력과 역량을 집중화시킨다는 것.
 
각 연구소에 소속돼 있던 연구원들은 기존대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또는 생명, 증권 등으로 유지된다. 연구소 인력은 총 10여명 수준이다.
 
이 외에도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지난 2011년 100세시대 연구소를 세워 본부급으로 승격시켰고,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5월 은퇴자들의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100년 금융투자 연구소'를 개설했다. 대우증권(006800)과 삼성증권도 각각 미래설계연구소, 은퇴설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은퇴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 세대가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자산시장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구매력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은퇴설계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은퇴설계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은퇴설계연구소 설립에 박차를 요인으로는 자산시장의 핵심 연령층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가 시작된 점을 들 수 있다"며 "베이비부머는 자산시장에서 구매력과 영향력이 커 연구소 설립과 은퇴자들을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은퇴자금을 유치하는데 은퇴설계연구소가 일조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은퇴설계 담당자도 "수명 연장에 따라 은퇴 후 생의 기간이 길어지는 반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고정돼 있어 은퇴 전 치밀한 사전 은퇴준비가 필요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전문적인 은퇴설계를 통해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신규수익원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기금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점도 증권업계가 은퇴연구소를 구축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정부는 물론 민간 모두 부채이자의 상환 부담으로 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과잉 부채로 인해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성장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기금의 운용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해진 것은 물론 정부 부채 증가로 재정 안정성이 우려돼 정부의 보조금도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은퇴설계 담당자는 "글로벌 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예상보다 낮은 금리를 가정할 수밖에 없고, 연기금의 운용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해 과거보다 낮은 금액을 수령하는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손질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은퇴설계 연구소 설립과 관련 조직 개편은 은퇴자를 유치하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퇴연구소를 보유하기엔 규모의 제약을 받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은퇴자 대상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관련 부대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별도로 은퇴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은 없지만, 본사 내 부서에 자산관리(WM)영업 지원을 위한 전문가를 충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무법인과의 제휴를 통해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세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플랜닥터프로(PDP) 리뉴얼을 추진중이며, PDP 영업 시스템에 탑재된 '은퇴자금 설계 서비스'를 통해 은퇴자와 예비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준비 상태를 진단하고, 은퇴설계보고서를 제공해 은퇴자 유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역시 은퇴연구소 설립을 추진하지는 않지만, 은퇴 트랜드에 맞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몇 가지 부대서비스를 개발해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KTB투자증권(030210)도 은퇴연구소 설립에 대한 계획은 미정이지만, 은퇴고객 유치를 중장기적 과제로 삼아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LIG투자증권도 신연금저축펀드, 절세형상품 출시 등 금융상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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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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