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정부가 진행해 온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 정밀 조사 결과 운전자들이 주장했던 결함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접수된 급발진 추정 사고 중 6건을 우선 조사 대상으로 선별해 약 1년 동안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어느 한쪽의 잘못인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급발진이 확실하다는 운전자들과 과학·공학적 근거라며 테스트 결과를 내민 제조사 측의 공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민들의 불안감도 여전히 남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대구 효명동 앞산순환도로 사고 YF소나타 차량과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사고 BMW 528i 차량 등 2건에 대한 조사에서 급발진을 의심할 만한 특이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YF소나타·BMW 528i 급발진 규명 못해
국토부는 YF소나타의 사고기록장치(EDR)와 제동시스템 등 기계적인 장치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였으나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23일 차량소유주의 요청으로 사고당시 차량상태 등 운행상황이 기록된 EDR을 공개 분석한 결과 사고발생 5초전 차량속도는 96km/h, 사고발생(충돌)시 속도는 126km/h로 사고발생 5초 전부터 사고발생 시까지 제동장치는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사고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BMW 528i 사고의 경우 사고당시 엔진제어장치(ECU)에 기록된 '제동등 점등'과 '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 작동'의 원인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차량운전자는 제동등 점등과 ABS의 작동이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작사인 BMW는 이 같은 현상들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BMW 측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 가능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소명을 요청했고, BMW는 모의충돌시험(SLED TEST)을 실시(15km/h, 27km/h, 56km/h)한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BMW가 제출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제동페달 조작이 없는 경우에도 사고의 충돌 관성력으로 제동페달이 이동(74~120mm)해 제동등이 점등됐다.
또 ABS작동도 충돌사고 시 '휠 슬립(Wheel Slip)' 또는 '휠 속도'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작동될 수 있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해대교 BMW 사고는 ECU에 기록된 내용과 BMW 측의 소명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사고의 원인이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두건 외에 기아 스포티지R, 현대 그랜저, 현대 YF소나타 LPG, 르노 SM5 등 4건에 대해서도 급발진 발생 여부를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함께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동차제작결함신고센터에 급발진으로 신고된 38건 중 3건(현대 제네시스, 르노삼성 SM3, 한국지엠 올란도)의 EDR을 분석한 결과, 모두 급발진사고로 추정할 만 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급발진 추정 또는 의심사고라고 신고 접수된 사고 중 EDR이 장착돼 있고, 사고시 에어백이 작동됐으며 EDR에 사고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는 경우에는 기록의 현장공개를 원칙으로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중 급발진 공개실험
국토부는 이번 정밀 조사에서 급발진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음에 따라 올 상반기 중 급발진 현상 재현을 위한 공개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개실험은 그 동안 급발진 가능성 또는 급발진의 원인을 밝혀냈다고 주장해 왔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실제로 급발진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급발진 재현 공개실험에 참여를 원하는 전문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공고하는 '급발진 현상 재현실험 신청서'를 작성, 자동차결함신고센터(www.car.go.kr, 080-357-2500)로 신청하면 된다.